“파업? 상생?”…현대자동차 노사관계 ‘오리무중’
상태바
“파업? 상생?”…현대자동차 노사관계 ‘오리무중’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05.18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별전환 현차노조, 파업 여부 비관적 전망과 낙관적 전망 교차…과연 19년 파업 종지부 찍을까?

노조 “과격한 투쟁 자제, 산별노조에 힘을 모을 것”
현차 무분규 타결 원년 목표, 정몽구 “신경 써달라”
금속노조 “6월 총파업 강행”…상급단체 움직임 변수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곧 시작된다.” “아니다. 올해 노사관계는 예년과 다를 것이다.”
해마다 되풀이됐던 현대차 노조 파업에 대한 의견이 둘로 나뉘고 있다. 지난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매년 임단협 협상 테이블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얼룩졌던 현대차 노사에 대해 업계가 이처럼 엇갈린 시각을 보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왜 그럴까. 먼저 파업 돌입 가능성. 여기에는 갖가지의 가능성이 존재하겠지만 일단 역사적, 현실적 배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현대차 노사는 그동안 임단협 협상 테이블에서 대타협을 이뤄낸 일이 전무했다. ‘극렬 투쟁’ ‘강성 노조’의 꼬리표를 달며 자동차 업종의 파업을 진두지휘해왔다.강경노조의 대명사답게 1994년 한 해를 제외하고 ‘19년간’ 대공장 파업의 중심에 서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도 현대차 노조의 근본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그늘진 전망이 나온다.설상가상으로 현대차 노조를 이끄는 지도부는 온건파가 아니라 강경파다. 강성 현장 제조직인 ‘민투위(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의 수장 격인 이상욱(43) 노조 위원장은 노조 사상 첫 3선 위원장이다. 지난 9대(2002년)와 11대(2004~2005년)에 이어 지난 3월에 또 당선됐다. 조합원들이 강성노조를 지지한다는 것은 강성노조의 영향을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이상욱 위원장은 개량주의로 좌파 정파인 ‘노동자의 힘(노힘)’에 가입한 뒤 최근 탈퇴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어쨌든 ‘노힘’의 경우 투쟁 성향이 매우 강한 현장파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노조의 투쟁노선은 쉽게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 위원장의 임기가 오는 12월까지라는 점도 임단협 협상에서 조합원들의 ‘결집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노조가 강성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 이유가 되고 있다.반면, 노조측이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노동계를 중심으로 파업의 징후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산별’ 살얼음판…파업 징후 안보여

기업별노조(사업장 단위로 설립)였던 현대차 노조는 올해부터 산별노조(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 소속으로 전환했다. 노조 전임자 문제, 복수노조 허용 등 노동관계법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는데, 때문에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절대적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은 지난 1월 새 지도부로 온건파인 이석행 위원장을 선출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투쟁 일변도를 벗어나 타협을 병행한다는 노선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산별노조 출범 첫해인만큼, 노총 지도부는 “무조건적인 파업은 하지 않겠다”며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이석행 위원장은 지난 1998년 금속노조 부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결과적으로 현대차 노조측도 “올해는 과격한 투쟁을 자제하고 산별노조에 힘을 모으자”고 밝히고 있어 현대자동차 사측 입장에서 봤을 땐 금상첨화격이다. 노조 한 관계자도 “파업을 자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물론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조직형태를 산별노조로 바꾼 것에 대해 ‘혼란만 유도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지나 지도부가 그동안 산별전환에 사활을 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현대차의 무분규가 마침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도 실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그렇다면 올해가 과연 노사 대타협의 원년이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일까. 일단 업계는 사측의 변화에 먼저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최근 노무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윤여철 사장에게 올해 임단협과 관련, “올해는 무분규로 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써달라”고 지시를 내렸고 최고경영진회의에서도 무분규타결을 거듭 당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차, 무분규 타결 철저한 준비 중

이에 따라 현대차는 여느 해보다 무분규 타결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의 관심이 남다른 것이 오히려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지만 김동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해 윤여철 사장이 무분규 타결의 원년으로 삼고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 내 일각에서는 무분규 타결을 위한 사측의 노력이 ‘결과적으로’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노조는 올해 무분규 쟁의타결을 기대하는 회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 일가에 대한 주식소유실태 등을 적절하게 활용해 압박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노조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물론 노조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노조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측을 압박할 카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단 종합적인 그림을 그려보면,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노사간의 ‘대화와 소통’에 주력하고 있고 더불어 하부 조직인 현대차 노조 또한 ‘안정 속 개혁’을 갈구하고 있다는 점, 또한 사측도 그룹의 실적부진과 검찰의 비자금 수사를 의식한 듯 노사협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찾아들 수밖에 없는 ‘분규’를 피하기 위해 협상 준비에 안간힘을 쏟아붓고 있는 형국이다.지난 2월 현대차가 ‘노사전문위원회(노사 각각 5명씩 추천한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를 설립해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결국 전주공장 2교대 근무도 무분규로 타결됐다. 사측 한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노사전문위원회를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발전적이고 상시적인 창구가 마련됐다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 양보 가능성 높다

결국 임단협 투쟁이 기본적으로 노사간 협상력에 따라 달라질 수박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가 예전처럼 밀어붙이기식을 배제하고, 사측 또한 노조의 백기투항을 고집하지 않을시 내년으로 협상이 넘어갈 경우는 사실상 희박해보인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노조가 강성 기조로 갈 것인지가 관건이지만, 사측의 최근 움직임을 바라볼 때 노조측이 환율문제와 판매부진 등 사측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경우 원만한 노사관계가 생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노조의 태도가 파업이냐 아니냐의 ‘키’라는 것이다.사실 ‘산별노조’ 첫해라는 점은 협상 테이블에서 사측보다 노조의 어깨를 더 짓누르는 배경이 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다수가 산별 노조 전환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업별 노조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을 노동계로부터 받아왔다. ‘기득권 노조’로 욕을 들어 산별노조로 전환했는데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 지난 1월 14일 오후 현대차 노조가 연말 성과금 차등지급에 반발하는 가운데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정문에서 시민단체 활빈단 회원들이 파업노조 화형식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올해 1월 발생한 연말 성과금 지급 문제로 인한 노사갈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 혐의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조(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조에 대해 관심을 끄고, 자신들의 성과금 싸움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현대ㆍ기아ㆍGM대우ㆍ쌍용차 등 4개 완성차 노조에는 여전히 ‘기업지부’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산별노조의 경우, 기업별 사업장은 ‘지회’로 재편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일부 대공장 노조는 산별전환에도 불구하고 기업지부를 두며 ‘노조의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물론 3년간 한시적이지만, 현대ㆍ기아차 노조 등을 기업지부로 인정한 것은 산별 건설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노동계에서 나온다.

여전히 강한 현대차 노조 ‘파워’

어쨌든 당시 노조 위원장이었던 박유기씨는 회사의 시무식 행사를 막는 과정에서 폭력사태를 일으켜 윤여철 사장에게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회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는데, 이를 계기로 ‘산별’의 대흐름 속에서 현대차 노조의 ‘노동환경 변화’ 얘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산별’답게 행동하자는 것이다.노조의 변화를 유도하는 원인은 내부의 이 같은 ‘소란스러움’도 한 몫 했지만, 산별노조로 접어든 노동계가 현대차 노조에 기대하는 ‘역할론’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현대차가 전국적 노사관계의 중심에 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회사 노사가 산별교섭에서 성과점을 가져와야 산별 체제의 필요성이 노동계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범 답안지’를 만들어야 할 책임과 의무를 현대차 노조측에 던져준 셈이다.무엇보다도 산별로 전환된 만큼 현대차 노조의 힘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노조가 무리수를 두지 않게 될 핵심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속노조 규약에 따르면, 교섭권ㆍ쟁의권은 산별 금속노조 위원장에게 있다. 물론 지역지부장에게 위임할 수 있지만 기업지부장에게는 어떤 경우도 위임이 불가능하다. 노동계 한 전문가는 “전체적인 임금인상 %, 금속산업의 근로조건 최저선, 산업적 차원의 요구 등은 산별노조에서 하고, 해당 기업의 특수한 요구들(복지, 작업장 단위 요구 등)과 관련된 교섭은 지부가 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런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업계는 올해 현대차에 순풍이 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최근 현대차ㆍ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관련주’가 연이은 오름세를 보이며 기아차 유동성 위기설 이전 수준의 주가를 회복하고 있는데,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지 않고 이런 분위기를 유지할지 주목된다.

노조, 기득권 포기할까?

실제 현대차노조는 그동안 기업별노조 체제에서 ‘거대한 조직력’과 ‘강력한 교섭력’을 토대로 한국 최강의 ‘기득권 노조’로 자리매김했던터라, ‘기득권 포기’라는 ‘선물’을 사측에 전달(?)한 이상, 사측도 협상테이블에서 노조에게 일정부분 양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임단협으로 매년 한바탕 전쟁을 치러왔던 현대차는 지난해처럼 5월 초부터 노사상견례를 시작으로 단체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산별노조로 전환한 까닭에 임단협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공동요구안은 금속노조에 있으나 현대차 노조측 요구안은 그 어떤 것도 마련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산별교섭 테이블에 현대차 노조 위원장이 교섭위원으로 참석하기 때문에 현대차 노조의 요구사항이 어떤 수준이냐에 따라, 파업 유무를 가늠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욱 노조 위원장이 선거과정에서 밝힌 공약을 보면 ▲노조의 경영참여 확대 ▲상여금 800% ▲연구개발의 노사합의 ▲정년 60세로 연장 등 ‘외견상’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많아 노조가 이를 토대로 경영진을 압박할 경우 올해 임단협 타결은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노조측 한 관계자는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곧바로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에 대해선 “노조측 요구안이 전혀 수용되지 않을 때”라고 잘라 말했다.기업들간의 임금격차가 차이가 있는 까닭에 산별 교섭 초기부터 ‘임금 문제’로 충돌할 경우 산별 노조 조직이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노동계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또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경우 비용절감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고임금 구조’는 좀처럼 개선하지 못하고 있고, 실제 조합원들 또한 고임금 문제만큼은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단협이냐 아니면 단협이냐로 진행할지는 결국 노조 지도부의 몫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조합원 이해와 요구도 변수

노사협상의 진통이 예상되는 현실적인 대목은 ‘이중교섭’이다. 현대차노조는 올해부터 산별교섭과 개별 지부교섭을 이중으로 벌여야 한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는 게 현장 조합원들의 한결같은 생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 또한 노조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최근 움직임도 현대차노조 파업의 변수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한미FTA 저지를 위해 6월 중 총파업을 이미 결의한 상태다. 말 그대로 늘상 논란이 되어왔던 ‘정치파업’을 열겠다는 것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6월 중순께 일주일간 총파업을 벌이고 임단협 시기인 7~8월께 2차 파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이런 가운데 금속노조는 현재 구체적인 산별교섭 요구안을 마련하고, 각 지부 등을 통해 사업자측에 교섭안을 전달, 사업자측이 사용자단체를 구성해 협상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만약 15만 조합원을 자랑하는 거대한 금속노조가 움직일 경우, 현대자동차 노조(지부)도 반드시 파업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와 노동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대차를 포함한 완성차 4사의 조합원이 8만6천여 명으로 금속노조의 6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노동계는 이구동성으로 “6월에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영자총연합회 한 관계자 역시 “금속노조에서 구체적으로 산별교섭에 따른 파업 일정을 잡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 노조의 무분규 파업 여부를 당장 가늠할 수 없지만, 일련의 흐름을 봤을 때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동참할 경우, 노조 파업은 20년째 이어지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