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내면 분석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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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내면 분석글 눈길
  • 서정철 기자
  • 승인 2011.04.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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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20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한 유영철의 내면은 과연 어떨까. 그는 자신이 저지른 엽기적인 범죄에 대한 죄책감을 품고 있을까.

경기대 문예창작학과에서 시창작과 평론을 가르치고 있는 시인 권성훈 씨가 최근 '한국범죄심리연구'에 게재한 '유영철 글쓰기에 나타난 사이코패스 성격 연구'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살인마의 내면을 분석한 글이다.

권씨는 월간조선 이은영 객원기자가 2004년 8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수감중인 유영철로부터 받은 편지를 모아 출간한 '살인중독'(2005)에 나온 편지글을 통해 살인마의 성장과 좌절, 그리고 살인동기를 추적하고 있다.

유영철은 유년시절 자신의 외할머니가 "생활고에 못 이겨 옹알이를 하고 있는 유영철을 죽여버릴 생각을 했으며, 평생 딸(유영철의 어머니)에게 짐이었다"고 회고한 것을 편지에 옮겼다.

권씨는 유영철 어머니의 이같은 무의식이 유영철의 무의식에 투영되면서 고통과 좌절을 경험하는 등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악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영철은 자신의 살인에 대해 "학창시절 남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못 한 제가 희대의 살인마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묻기도 한다.

하지만 유영철의 중학교 동창생들은 그가 중학교 때에도 고등학교 깡패조직과 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발견하면 선배라도 무릎을 꿇렸다는 증언을 한다.

유영철은 청소년시절 자신의 첫 범죄로 기록된 절도사실을 부인하는 등, 스스로 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또 혁명가 체 게바라의 혁명여행을 본떠 제주도 일대를 여행하는 등 영웅에 대한 동경을 품기도 한다.

▲ (사진=뉴시스)
권씨는 이로 미뤄볼 때 "유영철의 행동발달 심리를 보면 '피상적 매력'과 '과도한 자존감'이 충만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영철에게 파탄의 조짐이 인 것은 아내와의 이혼이었다. 강간 등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영철은 이렇게 토로한다.

"2000년 10월 강제이혼을 당하면서 '신은 죽었다'고 했던 니체의 말처럼 저도 죽었다고 마음먹었고 만물을 창조했다는 유일신을 부정하며…(중략)… 하나님에게 저의 희망을 구걸하지 않았고 진리를 찾아달라고도 하지 않았습니다.…(중략)…이런 아픔을 겪으면서 점점 분노로 가득차면서 저는 부자들에게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유영철은 동시에 예술고 진학을 희망했으나 색맹테스트에서 탈락하면서 학업을 꿈을 접기도 했다.

유영철은 "색맹 면접에서 굴욕을 경험한 후 화려한 물감이 아닌 데생연필만 만지작거리는 시간들을 보내며 스스로 외골수 성격을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권씨는 이같은 유영철의 말을 종합할 때 "억압으로 인해 생긴 증오와 분노와 같은 비의식이 자신의 억압을 적절히 통화하지 못하고 극복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권씨는 그러면서 "유영철의 억압의 기제는 억눌린 본능적인 욕구나 금지된 욕망이 정상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방어하지 못함으로써 대인관계의 고립양상으로 천착됐고, 세계와의 기피와 단절을 경험하면서 살인범으로 성장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해 시작된 유영철의 살인행각에서 권씨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발견한다.

"제가 이번 만행을 저지르면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아세요? 머리카락이 쭈뼛이 섰을 정도로 놀랐던 순간은, 잘린 머리가 수건걸이에서 떨어졌던 순간도 아니고 머리 없는 몸뚱아리가 내게 달려들었던 순간도 아니고 개복한 임신부의 뱃속에서 움직이는 태아를 보았던 순간보다 더 긴장하게 했던 일. 남이 들으면 오히려 이해 안 가는 일이지만, 그건 사체를 토막 내는 와중에 아들 녀석에게 전화가 온 순간이었어요. 전화 벨 소리에 놀란 게 아니라 당황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감기 아직 안 나았어 아빠?"하며 물어보는 말이 "아빠, 난 다 알고 있어. 그러지 마" 그러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 했었어요."

권씨는 유영철이 반사회적 성격을 가진 살인마로서 절정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지적한다.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전환할 수 없는 '공감의 무능력자'라는 사실과 '후회 혹은 죄책감 결여', '얕은 감정' 등 유영철의 정서성을 극명하고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영철이 아들의 전화에 긴장한 나머지 사체정리도 못하고 '라면' 대신 '밥'을 해 먹었다는 대목에서 살인마가 일시적으로 죄책감을 느꼈다고 봤지만 밥을 먹는 행위로 그것을 곧바로 지우는 행태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권씨는 자신에게 희생당한 여성들을 회상하며 쓴 유영철의 시를 분석한 결과 살인마는 끝내 자신의 범죄를 미화시키고 참회를 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마지막/ 끝을 보았다./ 눈물을 보았고/ 슬픔을 보았고/ 공포를 보았고/ 이별을 보았고/ 운명을 보았다./ 그들의 마지막을 보았다"

권씨는 시에 사용된 '눈물', '슬픔', '공포' '운명' 등 연차적인 확장 시어를 통해 '마지막'과 '끝'을 강조하면서 궁극적으로 살인을 극화하고 미화시킨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희대의 살인마에게 용서는 아직 먼 얘기라고는 소리다.

권씨는 한신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경기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치유성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올해의 젊은 작가상' '경기예술인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푸른 바다가재의 전화를 받다' 등이 출간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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