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금융감독 당국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적법성 판단을 포기하면서 최대 위기에 봉착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자사주 매입 카드'를 빼들며 발빠른 위기 수습에 나섰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3일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긴급 이사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수가 무산될 경우) 비은행쪽으로 들어갈 생각이 있었다"며 "이 부분에 자본을 활용하고도 자본이 과다하다면 자사주를 취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자사주 인수 발언을 한 것은 다목적 카드로 풀이된다.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재무적 투자자들을 자사주 카드로 달래 외환은행 인수 무산의 불똥이 소송전으로 비화하며 '헛힘'을 빼는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론스타측과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도 그중의 하나이다.
그는 "(론스타측과 )접촉중에 있다"며 "서로 이해가 맞는다면 계약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단 최선을 다해보고 나중에 말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당분간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하며 사태 해법 마련에 매진하겠다는 얘기다.
외환은행 인수는 김 회장의 금융 인생을 좌우할 승부수로 통했다. ‘빅3’ 진입의 급행열차이자, 연임을 좌우할 무대가 바로 외환은행 인수전이었다.
인수합병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으나, 대한투자증권 인수를 마지막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그는 외환은행 인수가 절박한 상황이었고, 지난해 론스타와 MOU를 체결해 이러한 목표의 '8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도 김 회장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할 경우 국내 은행 ‘빅3’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다, 결국 경쟁사에 인수당하는 암울한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노이와 호치민'을 잇는 베트남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그의 구상도 이번 사태의 여파로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회장이 이번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지 그 해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그 여로는 험난할 전망이다. 일모도원(日暮途遠).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는데, 갈길은 아직 많이 남아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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