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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범여권의 유력 대선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어온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갑작스럽게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데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왜 대권 도전을 포기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2년 경선에 나서면서부터 5년여 동안 줄곧 대선 예비후보로서의 행보를 걸어온 그가 대선을 불과 7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백의종군의 뜻을 밝힌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김 전 의장의 주변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김 전 의장 특유의 '책임감'이 대선 불출마라는 '중대 결단'을 내리게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개혁진영을 대표하며 제도권 정치에 입문한 김 전 의장이 민주화 20주년을 맞으면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화세력 무능론'에 깊은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타결책으로 모색하고 있는 민주개혁진영의 대통합 작업이 기대만큼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이 결단을 내리게 된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김 전 의장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보더라도 민주화세력의 통합에 대한 그의 책임의식을 읽을 수 있다. 1987년 민주화의 태동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김대중 양김의 분열로 인해 노태우 정권이 탄생한데 대해 안타까워했던 그는 2002년 대선에서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 맞서기 위한 후보단일화를 주장했다. 한나라당 집권이 유력해 보이는 현 상황도 김 전 의장으로 하여금 민주개혁진영의 대통합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대선후보로서 국민적 지지율이 여전히 저조한 것도 대권 행보 내내 발목을 잡아온 것으로 관측된다. 김 전 의장이 대선 불출마를 최종적으로 결심한 것은 6.10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을 다녀온 후라고 한다. 민주화 20년을 자랑스러워하며 축제의 장이 되어야할 행사장에서 그는 민주화세력의 대통합을 위해 대선 불출마를 고민한 셈이다. 다음날 신기남 전 의장의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심사숙고는 이틀간 계속됐다. 결심을 되돌려야 한다는 주변의 만류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의장은 "평화개혁세력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온몸을 던질 것이다"며 대선 불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