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전통주가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부활의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통주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서 카테고리가 꾸준히 확대되고 전통주를 즐기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7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현재 전통주 카테고리 내 500여종의 전통주를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 지난해 7월 이후 거래액 증가율은 한달 평균 80%다. 특히 전통주 시장의 온리인 진입으로 최근에는 젊은 2030대 고객들의 구매도 많아졌다. 실제 전통주를 찾는 11번가 내 연령대별 구매자 큰 손은 ‘30대’로, 전체 거래의 43%를 차지한다. 이어 ‘40대’ 34%, ‘50대’ 11%, ‘20대’ 8% 순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60%, 여성이 40%다.아울러 농림축산식품부의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SNS의 전통주 관련 키워드가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를 증명하듯 강남 전통주갤러리의 주요 방문자층이 2030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르신들이 주로 찾던 술이라는 통념을 보기 좋게 깬 셈이다.이에 막걸리·증류주·약주 등 전통주 업체들은 큰 기대를 걸고 전통주의 색깔·디자인·원료 등 차별화를 통해 젊은층을 공략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장수막걸리로 대표되는 서울장수주식회사는 여성들을 겨냥한 RTD(Ready To Drink)형 신개념 막걸리 ‘드슈’와 ‘막카오’를 출시했다. 드슈와 막카오는 젊은 세대에 익숙한 파인애플과 카카오닙스를 각각 원료로 사용했다. 나들이나 야외활동 시 음료처럼 부담 없는 주류를 마시는 라이프스타일에 착안, 알루미늄 캔에 담아 안주 없이도 즐길 수 있도록 제품화했다. 또한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복고풍 디자인의 클래식한 멋을 살린 서체를 패키지에 적용해 젊고 트렌디한 감성을 표현했다.
오미자를 숙성해 만든 문경주조도 이러한 트렌드를 살피고 막페인(막걸리+샴페인) ‘오희’를 선보였다. 쌀 발효주에 곁들여진 톡 쏘는 탄산이 경쾌한 느낌을 준다. 투명한 붉은 빛깔과 샴페인과 같은 포장도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적용됐다.전통주 업체 술샘은 다소 생소한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를 선보이며 변신 행렬에 뛰어들었다. 요거트나 푸딩과 같은 부드러운 식감에 딸기나 키위 등 기호에 맞게 과일을 토핑해 먹을 수 있어 애피타이저로 활용하기도 좋다.증류주도 양주를 연상시키는 패키지로 고급화 전략을 펼치며 이미지 탈피에 가세하고 있다. 백제명주의 ‘소서노의 꿈’은 모던한 병에 사과 발효즙과 오크통에서 숙성한 증류주를 조합해 브랜디의 맛을 재현했다. 얼음을 곁들여 온더락으로 즐기면 더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약주도 알록달록한 빛깔의 술로 젊은층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분홍빛의 색상이 매력적인 국순당의 야관문주 ‘수리’는 마치 술이 아닌 음료수처럼 보인다. 도수도 13.5도로 기존 약주에 비해 낮아 특별한 날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제격이다. 배상면주가의 ‘민들레대포’도 은은한 노란 빛깔의 발효주와 연갈색 병을 사용해 봄 느낌을 물씬 살렸다. 민들레를 이용해 달짝지근하면서도 부드러워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전통주 시장 규모는 2005년 924억원에서 2015년 409억원으로 55.7%나 급감했다.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통주업계가 침체된 시장의 돌파구로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한 차별화된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젊은층에 익숙한 온라인 공간을 통해 전통주를 알리고 침체된 시장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