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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간혹 집과 관련된 글을 쓰거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기면 나도 모르게 청년세대의 ‘내 집 마련’에 대해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어 이젠 청년이라 할 나이도 아닌데 아직도 관심이 가는 이유는 여전히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다. 또, 내 자식의 멀지 않은 미래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찌감치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후배들에게 부디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지난해 10월 열린 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는 청년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좌절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만 15세~만 34세의 청년 중 중·고교에 재학 중인 이들을 제외한 2,563명의 설문조사에서 내 집 마련에 대한 자신감은 5점 중 3.19점으로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3.63점), 연애 및 결혼(3.39점), 일자리(3.26점)에 비해 매우 낮게 나타났다. 출산 및 육아만이 3.19점으로 동일한 수준으로 조사됐다.김 연구위원은 “내 집 마련과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낮다는 것은 청년세대가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난제로 다가오는 것이 주거와 자녀 출산임을 의미한다”며 “일자리의 문제는 현재 시점의 나의 노력으로 돌파 가능한 여지가 있지만, 내 집 마련과 출산 및 육아는 개인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청년세대가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반대로 금수저 특혜 논란도 있었다. 지난 3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분양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디에이치 자이 개포’에는 총 3만1423명의 1순위 청약자가 몰렸다. 이 단지의 특별공급 당첨자 444명 중 20대 당첨자 14명이 포함됐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단지답게 가장 작은 면적인 전용면적 63㎡의 분양가는 약 11억에 달했다. 가장 큰 면적인 전용면적 176㎡의 분양가는 30억원이 넘었다. 그런데 20대 당첨자가 14명이나 된다고 하니 이게 우리 나라 얘기가 맞나 싶을 정도다.우리는 어릴 때 ‘의식주(衣禄住)’가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로 배웠다. 그런데 이제 주(집) 기본 요소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싸서 따로 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당첨확률 814만5060분의 1이라는 로또 1등에 당첨돼도 그 당첨금이 아파트 1채 가격보다 적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즘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을 보면 주로 제한하고 막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정부 자료에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는 말은 ‘시장의 정상화’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서 추진해야 하는 것은 청년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이 사라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정부가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공급 방안을 모색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