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vs 남양유업, 식지 않는 커피믹스 사랑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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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vs 남양유업, 식지 않는 커피믹스 사랑 ‘격돌’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1.05.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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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커피가 기호식품에서 생활식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집 건너 동네마다 커피전문점이 들어서고 커피전문점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지난해 커피시장 규모는 업계추정 3조원으로 전년대비 10~20% 가까이 성장해 커피전문점만 1조원 규모가 됐다. 커피전문점은 이제 최고의 창업 아이템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식지 않는 커피신드롬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빈, 까페베네 등 유명 브랜드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상권이 활성화되며 건물 가치가 상승하는 일도 적지 않다. 커피전문점을 통한 원두커피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인스턴트커피로 대표되는 커피믹스시장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해 후발주자로 나선 남양유업(대표 김웅)은 커피믹스 고급화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최근해외 역진출을 선언하는가하면 1, 2위인 동서식품(대표 이창환)과 한국네슬레의 시장점유율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다. 남양유업에 이어 롯데칠성음료와 대상이 재도전에 나섰으며, 한국야쿠르트 등도 시동을 걸고 있어 판도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남양유업, 카제인나트륨 논란 속 반사이익, 1위 동서식품 가격인상 전 가격인하 ‘강수’
3개월만에 3위 입성한 남양유업, 2위 네슬레 바짝 추격, 동서식품과 해외진출 ‘신경전’

커피믹스 시장의 최강자는 단연 동서식품이다. 업계추정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커피믹스 시장에서 동서식품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80%가까이 된다. 동서식품은 ‘맥심’이라는 브랜드로 30여년 동안 커피믹스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동서식품의 아성은 2위인 브랜드 ‘테이스터스초이스’의 한국네슬레와도 무려 50%이상의 점유율이 차이가 날정도로 높다.

의지 불태우는 남양유업, 동서식품 ‘게 섯거라’

이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남양유업이다. 남양유업은 초기 타겟을 네슬레로 잡고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대해나갔다. 분유생산을 통해 일회용 스틱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있고 커피음료에 대한 오랜 노하우가 있어 유리한 측면도 있었다. 지난해 말 ‘프렌치 카페’로 커피믹스 시장에 첫 출사표를 던진 남양유업은 ‘프림 속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우유로 맛을 냈다’는 광고를 했다. 이 광고로 타 업체가 카제인나트륨 논란에 휩싸이면서 타사를 비방하고 자사의 이익만 고려한다는 비난을 받는 등 식약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차별성을 인정받았다. 차별성은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고급 라떼의 맛이 난다’는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은 남양유업은 3개월 만에 3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며 3위로 입성했다. 동서식품은 원자재가격인상으로 지난 4월 가격을 인상했다. 그런데 앞서 남양유업이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100개~180개들이 커피믹스 봉지제품을 동서식품보다 100~200원 싸게 가격을 책정해 본의 아니게 비교대상이 됐다. 남양유업은 이러한 여세를 몰아 시장점유율 10%이상을 기록하며, 점유율 16%(2010년 기준)인 네슬레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20%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남양유업은 출시 6개월 만에 토종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해외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1년전부터 수출 판도를 모색하는 인력을 파견해 현지에서 수십 차례의 대규모 시음행사를 진행하는 등 수출 10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중국과 중앙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프렌치카페 커피믹스’를 수출한다. 반면, 동서식품은 수백억원의 이익금을 해외 합작법인인 크라프트 푸드사에 지급하고 있다. 동서식품이 크라프트사에 막대한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이유는 동서식품의 지분이 (주)동서와 크라프트사가 50대 50으로 양분하고 있어서다. 동서식품은 2009년 당기순이익 1571억원 가운데 62.4%인 98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 이 중 490억원을 크라프트사에 지급했다. 배당금 외에도 상표권과 라이센스 비용으로 413억원을 추가로 지급했으며 스타벅스사에도 41억3000만원을 상표권과 라이센스 비용으로 지급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상당한 순이익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동서식품이 남양유업과 해외 수출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된다.  남양유업이 동서식품의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침범하며, 6개월만에 해외진출까지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서식품은 “지난해 해외에 커피 400만달러, 프리마 3400만달러를 수출했다”며 “지난 2월에도 일본 AGF에 8년간 총 1억달러 수출 계약을 맺는 등 남양유업이 주장하는 ‘커피제품을 공식적으로 수출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재도전 나선 ‘롯데칠성음료·대상’ 결과는?

그러나 동서식품이 경계해야 되는 대상은 비단 남양유업뿐이 아니다. 커피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기업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롯데칠성음료는 프리미엄 캔커피 ‘칸타타’ 브랜드 ‘칸타타 오리지날 골드’로 지난해 7월 커피믹스 시장에 새로이 진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과거 2005년에 레쓰비 리치골드를 내놓았다가 동서식품과 네슬레의 아성에 못 이겨 접은바있다. 대상도 명맥만 겨우 유지했던 커피사업을 재정비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재진출할 예정이다. 대상은 카페베네와 편의점에 B2B(소매시장 보단 업체대상)로 커피믹스를 이미 공급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대상은 20여년전인 지난 198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두커피를 생산해 판매했던 MJC를 인수, 커피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초기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해 2001년 분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올 연말 분사된 커피 사업권(커피전문점, 커피믹스 생산 등을 추진하는 로즈버드)을 다시 회수할 계획인 대상은, 오는 6월 브라질산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 ‘로즈버드’ 커피믹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발효유 시장 1위로 커피 브랜드 ‘싼타페’를 내놓고 있는 한국야쿠르트도 곧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커피믹스 출시에 대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뿐 아니라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는 것은 커피시장의 성장여력이 충분하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매년 10~20%씩 성장 중인 커피시장 규모는 최근 커피믹스보단 커피전문점이 더 강세이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커피믹스 시장의 규모가 큰 편이다. 동서식품과 한국 네슬레가 양분하던 커피믹스시장의 벽을 남양유업이 조금씩 허물자, 업계들도 다시 자신감을 찾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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