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선게임 밀릴수 없다’ 헌재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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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대선게임 밀릴수 없다’ 헌재 승부수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7.06.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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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결정 따라 임기말 국정변화, 대선정국에도 영향줄 듯…‘1승1패’ 경험, 이번에는?

선관위에 이어 헌재까지 ‘승부수’…왕성한 정치활동을 위한 구상과 계획 밀고 나갈 듯
국정 장악력과 정국 주도권 높아질까? 아니면 정치적 공세에 무력하게 노출될까?
일각 “정치적 발언 위한 정치적 노림수”…청와대 “잘못된 해석”

청와대와 선관위가 충돌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고현철)는 노무현 대통령의 원광대 특강과 6.10 민주화항쟁 20주년 기념사, 한겨레신문사와의 특별인터뷰가 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지난 달 18일 판단, 선거중립의무 준수요청 공문을 다음 날인 19일 노 대통령에게 보냈다.

중앙선관위는 19일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재촉구’ 공문을 통해 “대통령은 선거법 9조에 의해 선거에 있어서 중립 의무를 지고 있으므로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에도 대통령직의 중요성과 언행의 정치적 파장에 비추어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 치는 발언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두번째 위법 판단이 내려진 지 11일 만에 또다시 이뤄진 까닭에, 노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집중 공세가 한층 강화되는 등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선관위의 결정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의 입을 봉하라는 것이다. 선관위에 일일이 질의하겠다”고 밝히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고, 급기야 같은 달 21일에는 ‘국민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헌법소원 청구라는 법적 카드로 대응, 선관위의 결정에 따른 ‘논란과 정쟁’이 야기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또 다시 정면승부의 길을 택한 것에 대해 정치권도 그렇지만 선관위도 직ㆍ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지만 헌법재판소의 법적 심판대에 오른 것은 두 번째(탄핵심판, 행정수도 위헌소송)로 노 대통령은 ‘1승1패’의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 18일 선관위는 “원광대 강연과 6.10항쟁 기념사, 한겨레신문사 인터뷰에서 특정정당 및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고,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여권의 대선 전략에 대해 언급한 것은 공무원의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규정한 선거법 9조를 위반했다”며 “다시 한 번 선거법 준수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선관위는 이어 “지난 7일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중립의무에 위반됨을 결정하고 대통령에게 선거중립의무 준수를 요청했음에도 재차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표명했다. ‘정치 중립 의무’ 조항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따로 없다. 선관위는 그러나 “다만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앞으로 상황을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덧붙였다.선관위가 이처럼 ‘선거중립 의무’ 위반만 잇따라 반복한 데 대해 일각에선 “선관위가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에 대해 명확한 해석 범위를 가리지 못하겠다고 실토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문제는 노 대통령의 반응이다. 노 대통령이 21일 선관위의 ‘경고’ 결정과 관련해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표현 자유가 침해됐다’는 사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헌법소원은 헌정사상 최초다. 헌법소원에 따른 변호사 비용 등은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개인 노무현’이 소송의 주체인 까닭에 노 대통령 사비(私費)를 통해 부담하고, 법률 대리인단도 일반 법률사무소인 ‘법무법인 시민’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노무현 대통령은 헌법소원 제기 이유에 대해 “후진적인 제도를 가지고 후진적 해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국민 누구가 갖고 있다”며 “대통령이기 때문에 (기본권이)제한되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의 기본권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헌재 ‘각하ㆍ기각’이냐, 반대로 노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느냐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은 그 결과가 크게 ‘YES’냐 혹은 ‘NO’로 나뉠 수밖에 없고, 이 두가지 경우 모두 향후 국정운영 방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비쳐볼 때 큰 의미를 둘 수 밖에 없다.  먼저 헌법재판소가 사건 자체를 심리하지 않기로 ‘각하’ 결정을 내리거나 혹은 심리에 들어간 뒤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노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국정장악력에 ‘타격’을 입는단 것이다.물론 법조계가 ‘보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헌재가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약 노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제약당하고 있음을 인정할 경우 임기말 노 대통령의 정국 주도권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전자일 확률이 높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지만, 어쨌든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치적 발언을 계속하기 위한, 다시 말해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시간 벌기’라는 견해도 내놓고 있어 정치권은 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선 노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왕성한 정치활동을 위한 플랜을 모두 준비해놓은 상태이고,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는 데 큰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정치적 노림수라는 의혹에 대해선 “잘못된 해석”이라는 반응이다.여튼 상황이 이렇자 범여권의 각 정파는 “노 대통령이 선관위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중도개혁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은 중앙선관위의 이번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앞으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도록 대통령의 자제를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고,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노 대통령은 선관위 결정에 절대 승복해야 한다. 더 이상의 논란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범여 “노 대통령 승복하라”…친노 “선관위가 한나라당 선거운동 하고 있다”

하지만 친노진영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선관위가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을 무시한 채 사실상 ‘한나라당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해석하면서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친노파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은 전혀 무시하고, 오로지 선거법상 선거중립이라는 애매한 표현만을 확대해석해 대통령을 법률 위반자로 몰아대고 있다”며 “사실상 대통령의 모든 행위를 언제든지 옭매어 버릴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형국이고 사실상 한나라당 선거운동”이라고 주장했다.범여권은 각 정파의 입장에 따라 생각의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노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 논란에 대한 한나라당의 정략적 이용을 경계하는 눈치다.실제 한나라당은 선관위가 사전선거운동 여부에 대해 판단을 유보한 것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고 “선관위가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을 검찰에 직접 고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물론 검찰 고발은 잠시 유보한 상태. 이는 청와대가 선관위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일단 해석된다. 청와대는 19일 “하루도 빠짐없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퍼붓는 한나라당은 내버려 두느냐”고 선관위에 물었는데, 실제로 노 대통령을 향한 한나라당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선거법위반 논란은 반대로 한나라당으로 그 불똥이 튀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결국 한나라당은 지난 22일 ‘대통령의 헌법ㆍ선거법 준수 및 대선공정관리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모든 정당과 정파가 다 인정하는 만큼 헌법준수 국회 결의안 채택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볼 땐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겠다”고 언급한 만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노 대통령과 한판 대격돌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선 주도권 잡기 위한 대혈투 벌일 듯

선관위의 결정이 이같이 정치적 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키자 정치권에선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계속 쏟아져나오고 있다.임채정 국회의장은 “정치가 워낙 불공정하게 진행됐던 역사적 과정에서 법이 상당히 경직된 부분이 있다. 대통령의 발언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화도 이뤄지고 더 신장시킬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 선거법중 고칠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서혜석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지난 달 19일 현안 브리핑에서 “현행 선거법은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선거자금과 공무원 조직을 통해 선거에 직접 개입했던 것을 막기 위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시대가 변해 지금 대통령은 이런 불법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회 차원에서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중도개혁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은 “대통령의 정치 행위와 선거 개입행위와의 명확한 한계가 불분명하다”면서 “대통령의 정치 행위와 관련해 선거법과 국가 공무원법상 서로 저촉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개정을 통해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한편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청와대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을 꼬집으며, “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올가미에 걸려든 것”이라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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