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오뚜기·매일유업…식품업계 ‘2세 경영진’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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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오뚜기·매일유업…식품업계 ‘2세 경영진’ 성적표는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1.06.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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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창업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식품업계 2세 경영인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변의 기대와 달리 2세들의 경영 성적표가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2세 경영체제로 돌아선 업체들은 삼양식품, 오뚜기, 매일유업 등으로 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은 물론, 조직 관리나 신구세력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실적과 주가가 함께 추락하고 있다.
2세 경영으로 돌아선 식품업체들을 기준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세 경영을 집중점검 해봤다.

라면의 원조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 취임 후 1년 만에 롯데에 매각설 ‘위기’
종합식품업계 2위 오뚜기, 함영준 회장 실적 악화 및 정체로 아버지 ‘눈총’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좌)과 장남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우).
삼양식품, 원조라면 파워 어디갔나라면의 원조 격인 삼양식품은 지난해 3월 2세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1961년 창업해 국내 최초로 라면을 개발 보급한 삼양식품의 창업주는 전중윤 회장이다. 삼양식품은 전중윤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전 회장의 장남인 전인장 부회장을 회장에 선임하면서 창업 50여년 만에 2세 경영으로 돌아섰다. 전 회장은 1990년대 초 영업담당 중역을 맡으며 경영수업을 시작, 경영관리실과 기획조정실 사장을 거쳐 삼양식품 부회장을 지냈다. 그러나 회장으로 취임한지 1년여 만에 회사의 매각설이 흘러나오면서 부침을 겪고 있다. 삼양식품 매각설의 주인공은 롯데. 라면사업에 관심을 보이던 롯데그룹이 삼양식품 공장을 직접 탐방하자, 증권가에선 ‘삼양식품이 롯데그룹에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주가는 10%이상 치솟는 등 영향을 미쳤다. 두 업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선 이후, 주가는 급락세로 전환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상한가 근처에서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단 몇 시간 만에 큰 손실을 입게 돼 혼란을 빚었다.일각에선 병중에도 삼양식품 경영권을 놓지 않았던 전 명예회장이 전인장 회장의 아내인 김정수 사장을 믿고 전 회장에게 회사를 맡겼다는 말도 나왔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전 명예회장이 며느리에 대한 신뢰가 높아 의견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며 “아들인 전 회장과 김 사장의 의중에 따라 인수설이 그냥 해프닝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 사장은 삼양식품의 대주주인 삼양농수산의 지분 42.2%를 보유하고 있다. 전 회장(21%)보다 두배 가량 많다. 특히 전 회장과 김정수 사장의 부부경영체제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5%, 54% 줄면서 전 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2733억원으로 2009년 2985억원에 비해 250억원 정도가 줄었다. 영업이익은 2009년 252억원에서 지난해 115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주요사업이었던 라면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향곡선을 달리고 있다.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09년 13.6%에서 작년 12.4%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3위인 오뚜기와의 격차도 지난해 2.9%P에서 올 들어 2.2%P로 줄었다. 게다가 롯데라는 유통공룡의 인수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롯데는 지난해 1월 라면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삼양식품을 더욱 구석으로 몰고 있다. 삼양식품은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될 경우 수혜를 예상하고 관광단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구제역 후폭풍으로 인한 악재와 매출 및 시장점유율 하락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시리얼 부문에서도 지난해 연말까지 신제품을 선보이고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생산되는 우유와 함께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었으나 구제역 파동이 일어남에 따라 모든 것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오뚜기,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파

아들에게 경영권을 편하게(?) 넘겨주지 못하는 아버지는 또 있었다. 지난해 3월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의 장남 함영준 회장이 대표적 케이스다. 서울 대치동 사옥으로의 이전과 동시에 경영권이 ‘함영준 체제’로 돌아서는 것처럼 보였지만, 함태호 명예회장은 여전히 의사결정권을 놓지 않고 있다.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좌)과 장남 함영준 오뚜기 회장(우).
함영준 회장은 한양대 경영학과와 미국 남가주대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오뚜기에 입사, 2000년 3월부터 오뚜기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해왔다. 10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으나 최근 걷잡을 수 없이 실적이 떨어지면서 업계 5위로 밀리는 굴욕을 맛봤다.상황이 이렇다보니, 함 명예회장은 여전히 의사결정권을 놓지 않고 아들인 함 회장은 전권을 행사하지 못해 참모진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뚜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5%이상 줄었다. 
함 회장 취임 후 주가는 1.1%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해 10월 최고가 16만5000원을 기준으로 보면 21%나 빠졌다. 식품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함 명예회장이 2선으로 물러난 이후에 새로 펼쳐진 업계 환경에 걸맞는 내부 체제를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오뚜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함 명예회장의 오뚜기 지분 17.46%도 아직 증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의 지분율은 현재 16.83%에 머물러 있다.여전히 카레, 마요네즈 등 일부 히트상품에 대한 시장점유율은 고수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업계 경쟁사들의 매출 성장세로 위태로운 실정이다. 최근에는 대리점 판매가를 정해주고 할인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다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오뚜기는 2007년 1월 16일부터 올해 2월 7일까지 전국 166개 대리점에 마요네즈와 당면, 참기름, 국수 등 7개 품목을 판매하면서, 대리점이 소매점에게 판매할 수 있는 최저 가격을 정해줬다. 이를테면 오뚜기가 정해준 가격 아래로는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대리점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대리점이 인근 타 대리점의 가격할인 행위를 발견하면 즉시 보고하게 했다. 대리점에 각서와 징구와 같은 제재를 가해온 경우도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정위는 오뚜기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5900만원을 부과했다. 불황에도 끄떡없었던 종합식품업계 2위인 오뚜기에게도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매일유업, 품질경영 이미지 되찾을 수 있으려나

유가공 업계 1위인 매일유업 역시 삼양식품, 오뚜기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3월 2세경영체제로 돌아섰다. 낙농업 원로인 김복용 전 회장이 지난 2006년 숙환으로 타계하면서 장남인 김정환 회장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매일유업 김복용 창업주와 김정환 회장

유가공 1위 매일유업, 안전성 판명에도 매출 감소 기업이미지 하락 ‘악재’
MB, ‘기름값 妙’ 이어, ‘곡물 유통과정 투기’ 언급 ‘제2 정유사 대란 ‘촉발’
김 전 회장은 1971년 정부투자기관인 한국낙농가공을 인수해 낙농업에 뛰어든 이후 ‘매일 새롭고 신선한 우유를 공급한다’는 의미에서 매일유업으로 이름을 바꾼 후 국내 제일의 유가공 업체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품질경영을 외치던 아버지와는 달리, 김정완 회장이 경영을 맡은 후 안전성 논란이 일면서 기업이미지가 하락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의 비상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부터 분유와 우유의 식품 안전성 문제가 잇따라 터진 데다 임직원들마저 대거 사표를 내면서 내부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만 벌써 3건의 식품 안전 사건이 터졌다. 지난 3월 분유에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돼 전격 회수된 데 이어 중국에 수출한 분유가 부적합 판정을 받아 폐기됐다. 최근에는 어린이 전용 우유가 포름알데히드(이하 포르말린) 사료 때문에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불과 두어 달 만에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핵심 사업인 분유와 우유 제품의 시장점유율과 매출이 급감했다. 분유시장에서 30%에 가깝던 매일유업의 시장점유율이 지난 3월에는 10% 초반까지 떨어져 처음으로 일동후디스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우유 매출도 30%가량 줄어들었고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행히 안전성은 재판명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임원진들이 전원 사표를 내 리더십에 금이 갔다. 실적도 악화됐으며 먹거리 사업부문 임원진이 대거 교체되면서 신구세력 간 갈등이 불거졌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자회사인 상하를 흡수 합병해 매출이 늘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30%가량 감소했다. 주가는 식품주가 오르는 사이에 포르말린 파동이 발생해 김 회장 취임 후 오히려 10%가량 하락했다. 신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하지만 국내 정서상 포르말린 사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에 이어, ‘곡물 유통과정의 투기’를 언급해 관련 업계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석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던 기름 값 문제처럼 농산물 유통 및 식품업계 가격결정 체계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진행될지에 모아지고 있다. 제2의 정유사 대란이 식품업계 등에서 다시금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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