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통령론 시대착오적 주장” 청와대, 이명박-전경련 회장 비난
변양균 “부자 대통령이 경제하는 것 아니다” 청와대, 전경련 ‘경고’
전경련 갈등 커질라 전전긍긍…일각 “조회장 발언 ‘문제없다’ 인식도
[156호 정치] 조석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등 일부 재계 인사들이 잇따라 ‘경제 대통령론’을 펼치며 우회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펼치자 청와대가 발끈했다. 정치권 및 재계 일각에서는 전경련이 사실상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나섰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효성그룹 회장)은 이명박 후보의 ‘사돈’이다. 조 회장은 전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듯 공개석상에서 ‘경제대통령론’ ‘검증무용론’을 주장해왔다. 조 회장은 정치권 일각에서 크게 반발하자 해명조차 하지 않고 일본으로 출국해버렸다. 결국 청와대는 “전경련이 뭐하는 곳이냐”며 “전경련 같은 단체가 있는 곳이 전 세계 어디에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상황이 이렇자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전경련이 대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경제대통령론은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주장”이라고 반박하는 등 전경련에 일단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상태다. 전경련은 청와대의 공격에 부담을 느껴 이대로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이 정도는 괜찮다”며 또다시 노골적으로 청와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청와대 변양균 정책실장은 지난 달 30일 청와대브리핑에 글을 올려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경제를 가장 보호해야 할 전경련 회장이 정치를 경제에 끌어들였다”고 지적한 뒤, “전경련은 뭐하는 곳이냐”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특히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듯 “(전경련이 주장하는) 경제 대통령은 아마도 부자(富者)대통령을 말하는 모양”이라며 “부동산 투기든 무엇이든 해서 무조건 부자가 되는 것이 경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변양균 정책실장의 글은 얼마 전 한국능률협회와 무역협회가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기업인의 역할’에 대한 강연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지만 ‘盧心’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 전경련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계속하게 될 경우 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있다.노 대통령, 전경련과 대충돌 의지있나?
변양균 정책실장은 전체 글 가운데 ‘기업인의 역할’과 관련된 부분에서 “(청와대는) 정치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그런데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경제를 가장 보호해야 할 전경련 회장이 며칠 전 정치를 경제에 끌어들였다”며 전경련에 쓴소리를 던졌다. 변 정책실장은 이어 “경제가 무엇이냐. 경제는 누가 말했듯이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머리로 경세제민(經世濟民)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전경련 회장은) 부동산 투기쯤은 공직을 맡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차기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주장을 했다”고 전경련을 비난했다.변 실장은 또 “(전경련 회장이 말하는) 경제 대통령은 아마도 부자(富者)대통령을 말하는 모양인데 부동산 투기든 무엇이든 해서 무조건 부자가 되는 것이 경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며 “경제란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고 훈수했다.“전경련은 뭐하는 곳이냐” 존재 가치 의문
변 실장은 특히 “전경련은 뭐하는 곳이냐”고 전경련 존재 가치에 대해 의문부호를 던진 뒤 “전경련 같은 단체가 있는 곳이 전 세계에 어디에 있느냐. 전경련은 설립목적대로 기업인이 사랑받고 기업인이 존중받아 시장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도록 기여하라”고 질타했다.청와대 전경련 ‘전면전’ 양상?
조석래 회장은 지난 달 25일 전경련 하계포럼에 참석, “차기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시골에 땅을 샀다가 총리가 되지 못한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들추면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고 발언, 정치권과 경제계의 ‘갈등’을 촉발했다. 조 회장은 특히 “최근 검증공방에 대해 외국인들은 ‘그런 깨끗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말을 하더라. 이런 논쟁에서 졸업할 때가 됐다”고 말해 전경련, 그러니까 재계가 ‘이명박’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발언은 ‘선거법위반(MB옹호)’이라며 즉각 퇴진을 촉구했고 이에 전경련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청와대의 공격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자 전경련 내부의 기류로 심상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전경령은 조 회장의 ‘차기 대통령은 경제대통령’ 발언에 따른 파문 직후 해명서를 내고 “차기 지도자에게 경제를 더 잘 챙기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경제인들의 일반적 바람을 피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자 “청와대와 갈등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이 제기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도 감지되는 상황이다.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전경련
실제로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와대의 최고위급 인사가 전경련을 향해 “어린애처럼 젖 달라고 울기만 하지 말고…”등의 직설적 표현구를 통해 비판한 점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대선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는 치열한 난타전 속에서 청와대와 재계은 대립구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전경련 한 관계자는 외부로 내놓은 공식 해명서와 달리, “해명할 필요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전경련은 조석래 회장의 발언에 ‘문제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정부와 갈등 전선을 구축하면서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을 낳고 있다. 해당 관계자의 진짜 의중을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사실일 경우, 청와대와 전경련 양측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쪽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청와대 전경련, 물러날 수 없는 한판 승부 중?
그러나 전경련 내 일각에서는 “정부와의 대화채널 복원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재계에 강도 높은 구조개혁, 즉 ‘재벌개혁’을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한편 이명박 후보가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현 상태로봐서는 정권 창출 가능성이 어느 정도 높은 한나라당은 변양균 정책실장의 발언에 문제를 삼고,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와 선을 확실히 그으며 청와대의 ‘전경련 공세’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로 풀이되는 대목이다.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2일 최고위원회에서 “(변 실장의 발언은) 한나라당의 유력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라며 “이는 공무원 선거중립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장은 또 “선관위 경고를 몇 차례 받은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 하는 모양”이라고 꼬집은 뒤, “차라리 청와대 정책실장을 사퇴하고 국정파탄 세력의 대변인 노릇을 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