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근로복지공단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같은날 경기 기흥 반도체사업장에서 미국 안전보건 컨설팅업체 인바이런을 대동하고서 연 기자간담회는 사실상 이번 행정소송에 대한 해명으로 해석됐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이 같은 산재 판례를 남길 경우 전 세계에서 유사한 소송들이 잇따라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1심에서 산재 판결이 난 것은 삼성전자로서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라며 "그동안 삼성 반도체사업장에서 일했던 임직원들은 헤어릴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 같은 판례를 남기면 전 세계적으로 줄소송이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그동안 삼성전자는 자사의 반도체사업장과 백혈병 등과 같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을 끊임없이 설명해왔다.
지난해 4월16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지 27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생산설비를 기자들에게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자들을 안으로 들여보내 내부를 공개한 것은 반도체사업장이 인체에 무해함을 설명하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음을 의미한다.
언론에 생산설비를 공개하고 1년 남짓 뒤인 이날 미국 안전보건 컨설팅업체 인바이런을 주축으로 예일대, 미시간대, 존스홉킨스대 연구진과 국내 한양대 소속 연구진 20여명이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조사한 결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 역시 삼성전자의 해명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오현 삼성전자 DS사업총괄 사장은 "안전을 희생하는 이익은 필요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며 "이번 조사가 끝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함께 찾아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백혈병과 작업환경과의 인과관계를 부인하고 나섬에 따라 이번 문제는 지리한 소송전을 통해 결론이 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바이런을 통한 삼성전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유가족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삼성전자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셈이 된다.
이날 이종란 노무사는 기자들과 만나 "내일 항소기간 만료를 앞두고 근로복지공단이 항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며 "유가족들이 농성을 벌이는 타이밍에 맞춰 삼성전자의 발표가 이뤄져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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