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화투판에서 조차도 피박과 광박을 면하면 법대로 하라고 하는데 법원이야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만63세의 나이로 정년퇴임한 광주지법 김진상(63·사법연수원 16기) 부장판사는 18일 퇴임식에서 "법대로 하라는 말이 화투판에서도 통용되는 세상에 법원은 더욱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24년 5개월간 광주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해온 김 부장판사는 "그동안 수 많은 재판을 해 오면서 당사자의 50%가 현명한 재판이었다고 칭찬한다면, 나머지 50%는 형편없는 재판이었다고 지적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재판을 지적하는 사람이 법원에 와서 소리를 지르는 경우는 있지만 칭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아 일반인들은 법원이 형편없이 재판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며 "이것은 법관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고 회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관 생활 중 굳이 장점을 하나 묻는다면 그건 기다릴 줄 알고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며 "기다리고 기다려 37세에 사시에 합격한 뒤 40세에 판사에 임용되고 또 기다리고 기다려 64세에 정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동안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참으로 심신이 고달픈 날들이 많았으나, 또 한편으론 정말 행복한 나날이었다"고 퇴임 심경을 밝혔다.

광주지법에서 법관이 정년퇴임한 것은 지난 2000년 맹천호 부장판사 이후 11년만이다.

김 부장판사는 전주지법에서 1년간 근무한 것 외에 광주에서만 24년5개월 동안 지역법관으로 재직해 왔다.

김 부장판사는 전관예우 방지법에 따라 변호사로서 1년 동안 광주지법 사건은 수임하지 못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