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안영진)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 공작원에게 포섭돼 간첩행위를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로 처벌받은 구명우(54)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관이 구씨를 불법 체포한 뒤 영장 없이 40일 넘게 가두고 가혹행위를 통해 자백을 강요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나온 구씨 진술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구씨를 포섭한 조총련계 인물로 지목된 K씨가 북한공작원이라는 점이 의심스럽고, 설사 K씨가 북한공작원이라 해도 구씨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을 마치고 귀국한 구씨는 1986년 3월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들에게 체포돼 43일간 수사를 받았다.
당시 수사관들은 3~4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전기고문을 하는 등 구씨를 괴롭히며 자백을 강요했고 고문을 견디다 못한 구씨는 간첩행위를 했다고 거짓진술했다.
결국 구씨는 간첩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은 1987년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선고 후 23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구씨는 "고문 등 가혹행위 때문에 범행을 허위진술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올해 2월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뉴시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