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캐피탈’ 미풍, 신춘호 회장 일가 후계구도 흔들어 놓을까
삼남 신동익 부회장, 금융계열사 지배로 영향력 높아져
지분 구조선 장남 신동원 부회장 측에 무게 쏠려
농심 측 “신 회장 건재, 후계구도 논할 단계 아냐”
국내 식품업계 1위의 농심그룹이 금융계열사 설립과 함께 후계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농심은 현재 신춘호 회장(75)의 3남 2녀 가운데 막내딸을 제외하고는 4남이 모두 경영일선에 포진해있다.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사장,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사장, 삼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그들. 농심은 이들 남매에 대한 지분 정리도 대부분 마무리 지어 2세 경영의 틀을 잡아놓은 상태다. 후계구도와 관련해 장기적으로는 분가 구도 역시 현재의 모양새를 따를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삼남 신동익 부회장이 최근 농심의 금융업 진출을 계기로 재계에서 유독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1일 설립된 농심캐피탈에 신 부회장이 형제 들 중 유일하게 등기임원으로 등재했기 때문이다. 현재 농심이 기존 식품위주의 사업군에서 금융 쪽 덩치를 키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신 부회장이 향후 농심캐피탈과 농심그룹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라면과 스낵을 필두로 한 식품사업을 일궈온 농심은 최근 금융업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달 2일 농심은 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농심캐피탈’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농심캐피탈은 농심그룹의 정보기술 업체인 엔디에스(옛 농심데이타시스템)에서 50%, 대형마트 업체인 메가마트에서 30%를 출자했다.설립 후의 지분 구조는 엔디에스(NDS)가 50% 지분으로 1대주주에, 엔디에스의 모회사이자 농심의 자회사인 메가마트 및 기타 개인이 나머지 50% 지분을 가지게 된다. 초대 대표이사는 이종환 마이에셋 부회장이 맡은 가운데 엔디에스 신재덕 대표이사와 함께 신춘호 회장의 삼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형제 중 유일하게 등기임원에 올라있다.삼남 신동익 부회장, 금융업 통해 다크호스로 부상?
농심이 금융업에 첫 발을 내딛는 배경과 향후 사업방침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농심캐피탈이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를 비롯해 기업구조조정조합의 결성 및 업무집행 등을 주요 사업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농심 측에서는 결정된 것이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농심 한 관계자는 “이제 막 회사를 설립하고 법인등기를 마쳤을 뿐, 인력도 갖춰지지 않았고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올해 안에 사업방향이나 계획 등에 대한 가시적인 밑그림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대 주주인 엔디에스 측 또한 “농심캐피탈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식품대기업인 농심이 금융업에 진출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그룹 방계인 롯데 역시 보험, 증권 등 금융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농심도 이번 캐피탈사를 기반으로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 증권사 인수 또는 설립 등 추가적인 금융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장남 신동원 부회장 중심 후계구도 재편될까
이는 2세 경영의 틀을 어느 정도 갖춘 농심그룹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농심그룹은 현재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가 농심, 농심기획, 농심엔지니어링, 율촌화학, 태경농산 등 6개 자회사를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 농심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군 외에도 메가마트 등 지주회사의 테두리를 벗어나 신 회장 일가의 지배 아래 있는 계열사군이 형성돼 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신 회장은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에게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의 지분을 몰아주며, 이를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의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였다. 지분구도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형제들의 분가 역시 이 틀 안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여겨졌다. 계열사 지분 소유 현황을 봐도 신 부회장은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로서 36.13%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농심기획 25%, 엔디에스 15.24%, 언양농림개발 10% 등을 소유하고 있어 지배구조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쓸 것이 없었다. 쌍둥이 동생인 신동윤 사장 또한 농심홀딩스 주식 19.77%를 비롯해 율촌화학 주식 6.08%를 갖고 있고 유일하게 등기임원으로 올라가 있다. 반면 삼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농심홀딩스의 지분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고, 대신 메가마트의 지분 45.9%를 소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또 언양농림개발 지분 80%와 엔디에스 지분 14.29%도 가지고 있다. 장녀인 신현주 부사장은 쓰리에스포유 지분 50%를 소유해 최대주주이고, 농심기획 지분도 25% 보유하고 있다. 농심 안팎에서는 신동익 부회장에게 농심홀딩스 대신 메가마트의 최대지분을 물려준 것을 두고 만의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왕자의 난’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 높았다.그러나 새롭게 설립된 농심캐피탈이 사실상 신 부회장의 지배 아래 놓이면서 그룹 내 그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물론, 신 부회장의 행보에 따라 후계구도의 모양새 또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농심 측에서는 2세들의 후계구도와 관련한 얘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농심 한 관계자는 “설립 초기 단계인 농심캐피탈을 두고 후계구도와 연관짓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후계에 대한 얘기 또한 너무 이르다”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또 “아직 회장님께서 건재하시고, 전문경영인들이 각 사를 맡아 잘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후계경영 등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물론 분가 역시 전혀 얘기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