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현장] 12일 중 구속영장 발부…경찰, 병실 통제
[매일일보 = 도기천 기자] 11개월간 계속돼온 한진중공업 사태가 노조의 ‘정리해고 합의안’ 가결로 일단락됐지만, 부산경찰청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10개월 넘게 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집행할 것으로 알려져 팽팽한 긴장이 감돌고 있다.
노조, 경찰과 ‘김진숙’ 신병처리 놓고 충돌
앞서 경찰은 김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기 하루 전인 9일 오후, 노사잡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위한 총회가 진행되고 있을 때 경찰 300여명을 크레인 아래에 투입해 노조 측과 충돌을 빚은 바 있다.
또 10일에는 김 지도위원 등의 병원행을 두고서도 경찰측은 대학병원을, 노조와 가족들은 개인병원을 주장하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현재 김 지도위원은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영철 변호사 입회하에 병실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사가 마무리 되는 12일경 경찰서로 연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지도위원 등이 크레인에서 내려온 10일 이미 법원으로부터 사전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며, 12일 새벽 4시30분까지 김 지도위원 등 4명 모두의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할 예정이다. 구속영장을 신청하려면 체포영장을 집행한 시각으로부터 36시간 안에 해야 하기 때문. 따라서 12일 중 구속이 집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김 지도위원의 병실 앞에 경찰을 배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김 지도위원의 건강문제 등을 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차 지회장은 “300일 넘게 크레인 위에 있다 내려온 사람을 구속하려는 것은 반인권적 작태”라며 “더구나 본인이 후유증으로 인한 신체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10일 오후와 11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동아대 병원에서 혈액검사, 위내시경 등 종합검진을 받았다. 김 지도위원과 같은 크레인 15m 지점에서 106일 동안 농성을 벌이다 김 지도위원과 함께 내려온 정리해고 노동자 박성호(49)·박영제(53)씨, 정홍형(48)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본부 조직부장 등 3명도 같은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들이 입원을 계속해야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병원측도 특별한 이상소견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노조와 김 지도위원 가족들은 “(김 지도위원이) 관절 통증과 복통 등을 호소하고 있다”며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도위원 등에게 적용할 혐의는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 등이다.
하지만 이미 회사 측이 이들에 대한 민사상 고소를 취하한 상태인데다, 김 지도위원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할 때 구속수사는 국민의 법 감정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모 라디오 프로에서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 신병을 구속하는 것인데, 김 지도위원이 사실상 공인이 돼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도주를 할 수 없다”며 “(김 지도위원 등을 구속한다면) 이는 공권력의 편협한 법 적용이고, 경찰력의 과잉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지도위원은 “사측이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하 한 만큼 경찰의 체포영장 발부 원인도 소멸된 것 아니냐”며 “체포영장과 무관하게 내가 어디 도망갈 일도 없고,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뒤 경찰 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김 지도위원 신병처리 문제 외에도 2009년부터 중단된 임단협 협상 등도 여전히 노사간에 불씨를 안고 있다.
노조는 지난 2009년부터 2년간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2년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아 왔는데, 올해 임단협 결과에 따른 2009년, 2010년 임금인상분을 소급해서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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