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에 힘 빼는 사이 돌아온 ‘통큰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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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공유제에 힘 빼는 사이 돌아온 ‘통큰치킨’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1.12.13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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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년 맞은 동반성장위…정운찬 ‘개인 치적’ 쌓기 도구 전락?

[매일일보 변주리 기자] 13일 오전 10시,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 1주년을 맞이해 여의도 63빌딩에서 기념식을 개최했다.

정부 및 경제단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담당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에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힘쓴 공로로 감사패를 수여했다.

같은 날 오후, 찬바람이 쌩쌩 부는 63빌딩 후문에선 이마트 입점을 앞두고 불안에 떨고 있는 공덕시장 상인들이 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동반성장위가 대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는 동안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이 다 죽어가고 있다”며 “말 뿐인 ‘동반성장’은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들, ‘초과이익공유제’ 거부 명분으로 회의 파행시켜
소상공인들 “독점 재벌 상대로 타협 기다리며 시간 허비”

▲ 13일 오후 여의도 63빌딩 후문에서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전국유통상인연합회'가 중소 유통·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전국유통산인연합회(이하 유통상인연합회)’는 13일 오후 2시 유통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은 “올해 마지막으로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동반성장위의 오늘 회의가 어떤 논의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났다”고 밝혔다.

이동주 실장은 “회의를 파행시킨 이유에 대해 대기업들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동의를 못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며, “사실 그동안 대기업은 사사건건 적합업종선정에 노골적으로 발목을 잡아왔다”고 토로했다.

대기업 눈치 본 동반성장위(?)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이날 오전 8시, 동반성장위원회 창립 1주년 기념식에 앞서 열린 제10차 본회의는 대기업 측 위원들이 불참하면서 파행됐다.

이날 회의에서 다루어질 예정이었던 안건은 ‘적합업종 선정(3차)’ 및 ‘초과이익공유제 추진방안’이었는데, 대기업 측 동반성장위원 9명은 “초과이익공유제에 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이날 동반위는 결국 추가이익공유제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 논의를 통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으며, 이와 덩달아 이날 논의되기로 했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논의도 제대로 된 결말을 맺지 못했다.

이날의 최대 쟁점은 사실 ‘데스크톱PC’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넣느냐 여부였다.

‘데스크톱PC’는 동반성장위의 지난 2차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당시 심의 대상이었다가 대기업의 반발에 부딪혀 심의 자체가 연기된 바 있는데, 이날 회의가 파행됨에 따라 데스코톱PC와 계면활성제, 전기배전반 등 3개 품목에 대해서는 다시 다음번 회의로 미루어져 연내에 최종 선정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실효성 없는 ‘동반성장’…법제화 해야”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정책기획실장은 “동반성장위가 대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중소기업의 생존권은 길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는 현실”이라며 “말 뿐인 ‘동반성장’은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제10차 본회의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위원들이 이익공유제에 대해 공감은 하나 대기업과 함께 결론을 내리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따랐다”며 “연내로 시점을 못 박은 것은 아니지만 될 수 있으면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는 재벌들을 상대로 타협을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며 “차라리 절박한 처지에 처해 있는 580만 중소상인들을 위해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중소상인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시키는데 발 벗고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운찬표 초과이익공유제’에 힘을 빼지 말고 실효성 있고 시급하면서 제대로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부분을 현실화시키라는 요구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동주 실장은 “한때 논란이 됐던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과 이마트 피자는 사라지지 않았다”며 “국민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갈 때쯤부터 롯데마트는 치킨을 다시 팔기 시작했고, 이마트 피자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서도 팔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대기업들의 이런 상술에 우리 중소상인들은 여전히 무방비로 노출되어있고, 정부 정책은 그 어떤 것도 제시되고 있지 못하다”며 “오로지 중소상인들이 맨몸으로 막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한 ‘유통법’과 ‘상생법’ 등 SSM(기업형슈퍼마켓) 규제법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들이 계속해서 전통시장 상권에 침투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법이 있으면 뭐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공덕시장 상인들은 이마트가 공덕시장에서 불과 200m도 채 되지 않는 곳에 2012년 1월 중 오픈을 추진하고 있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덕시장상인회 박종석 회장은 “지난 25년 동안 눈비를 맞으며 장사를 해왔다”며,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살만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대기업의 대형마트가 생겨 모두 한숨만 쉬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종석 회장은 “보통 사람이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며, “이제 좀 살만 하다 했더니 이마트가 들어온다고 하니 도대체 우리는 뭘 먹고 살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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