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10일 오후 8시50분께 발생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는 5시간여만인 11일 오전 1시55분 완전 진화됐다. 그러나 이 불로 숭례문의 2층 누각이 전소,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1층 누각 상당부분도 불에 타 소실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초 화재 직후만 하더라도 숭례문에서는 흰 연기만 뿜어져 나와 대수롭지 않은 상황으로 보였다. 그러나 2시간 뒤인 10시40분께 숭례문 꼭대기 지붕위로 불길이 솟아 오르고 11시40분께에는 2층 누각 전체가 불길에 휩쌓여다. 이어 11일 오전 0시40분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숭례문 2층 누각의 기와가 무너져 내렸다. 화마는 숭례문 2층 누각 전부와 1층 누각 상당부분을 1시간을 더 태운뒤 오전 1시55분께 진화됐다. 당초 문화재청과 소방 당국은 숭례문의 원형 유지를 위해 10일 밤 11시50분을 기해 지붕에 대한 해체작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손도 대보지 못하고 국보 1호 숭례문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앞서 10일 오후 8시48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숭례문에서 흰 연기가 발생,소방당국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소방당국의 초기 진압으로 연기만 계속되고 불길은 진화된 것으로 보였지만 이날 오후 10시40분께 숭례문 현판 안쪽에서 다시 불길이 발견돼 긴급 진화에 나섰다. 당시 현장의 소방관들은 불길이 어느정도 다 잡은 상황이라고 판단,잔불처리 작업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소방 당국 판단과 달리 오후 10시40분쯤 숭례문 2층 현판 부근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화재가 발생하자 인근 소방서에서 소방차 28대와 소방인력 90여명이 긴급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이후 불길이 점점 거세지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40여대와 소방인력 200여명을 더 투입해 뒤늦게 진압에 나섰으나 불길을 잡기에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이날 화재로 소방차량 등이 도로를 막고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어 3시간 가까이 숭례문 일대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또 현장 주변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방차량이 현장을 빠져 나가지 못하고 방화수가 모자라 진화작업에 애로를 겪기도 했다. 불길이 계속 번지면서 소방당국은 숭례문 현판이 불에 타는 것을 막기 위해 톱으로 잘라냈으나 일부 훼손됐다. 소방관계자는 "숭례문 지붕과 내부가 나무로 오밀조밀 구성이 되어 있어 지붕에 물을 뿌려도 내부에 난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을 뿌리면 붕괴우려가 있어 진화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또 소방당국은 정확한 발화지점과 원인을 밝혀내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일부 해체 승인을 얻었지만 계속되는 문화재청의 신중 대처 요구로 화재 진압에 실패했다. 화재 원인과 관련,경찰은 당초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해 방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지만 불이 나기 전 50대 남자가 쇼핑백을 들고 숭례문에 올라간 뒤 불꽃이 퍼졌다는 목격자 증언과 60대 노숙자가 사다리로 숭례문에 올라갔다는 제보등이 나오면서 방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화재 현장에는 경찰 40여 명도 출동해 목격자 등을 상대로 화재가 난 경위와 방화 용의자를 쫓고 있다. 경찰 "숭례문 화인 방화 또는 누전"…수사본부 전격 구성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숭례문 화재의 화인을 누전 또는 방화로 보고 밤샘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영수 남대문경찰서장은 11일 새벽 3시께 서내 2층 서장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숭례문 화재의 원인을 누전 또는 방화로 보고 있으며 정확한 화인을 알아내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김 서장은 10여분 동안 진행된 브리핑에서 "50대 정도로 보이는 한 남성이 쇼핑백을 들고 숭례문 옆 계단으로 올라간 뒤 빨간 불꽃이 퍼져나왔다는 목격자 진술에 따라 방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우선은 목격자의 진술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건축물전기시설 관련 설계도면을 갖고 누전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두 가지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서장은 또 "숭례문 화재는 국보1호가 전소된 사고로 국민들 모두 안타까워 하는 사건"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정확한 화인과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수사본부를 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이 주재하고 서울청에서 인력을 대폭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청은 이미 광역수사대 수사요원 50여명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서장은 발화지점과 관련, "숭례문 내부에서 불길이 시작됐는데 내부를 촬영하는 CC(폐쇄회로)TV가 없어 정확한 지점은 파악이 안되고 있다"면서 "다만 숭례문 외부를 찍는 CCTV를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김 서장은 "이번 사고를 통해 문화재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이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으로 CCTV 등 기계경비 시스템 등에 대한 문제점이 있는 지 알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재현장 시민들 숭례문 바라보며 '발만 동동'
10일 발생한 화재로 국보 1호 숭례문이 완전히 불파는 것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발만 동동 구르며 어쩔줄 몰라하며 안타까워 했다. 뉴스를 보고 현장에 도착한 박모씨(53.여)는 "화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바깥에서 물로 진압이 되지 않다보니 내가 안으로 뛰어 들어가 물을 뿌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아쉬워했다. 박씨는 "소방관들도 경험이 많으니까 화재가 곧 진압될 것으로 판단한 것 같은데 이렇게 까지 크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라며 "주위에서 말하기를 국민들이 예를 중요시 하지 않기 때문에 경각심을 일으키려는 상징적인 의미로 이런 일이 일어 난 것 아닌가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최모씨(29)는 "화재 진압이 될 것처럼 보이더니 5시간째 우리나라 국보1호가 타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에 속상하고 초기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소방관들에 무능력함에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또 "지금 외신기자들이 와서 취재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걱정"이라며 "문화재 하나 간수 못하는 나라로 알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숭례문의 붕괴를 정면에서 지켜보던 이모씨(30.여)는 "관리 소홀이라는 말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는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보다 무너진 상황 자체가 너무 슬프다"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현장 본부 앞에서 화재 진압을 계속 지켜보던 이모씨(46)는 "초기 발견 후 5시간이 지나도록 진압 못한 소방 당국에 화가 난다"며 "사고의 책임 유무를 가릴 때 반드시 소방 당국의 과실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서초동에서 화재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는 최모씨(53)는 "국가의 중요 문화재인 만큼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이 긴밀히 협조를 잘 했어야 했다"며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참상이 벌어진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며 무너진 남대문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숭례문 부근 신한은행 본점 앞과 정면 잔디밭에는 수 백명의 시민들이 나와 숭례문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이들은 숭례문의 기왓장이 불에 타 쏟아져 내리는 순간 일제히 탄식했다. 곳곳에서 "나라가 망할 징조"라느니 "누구누구 책임"이라는 말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