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솔 차세대 경영 기반 마련
LG·신세계·CJ 2세 경영체제 시간 걸릴 듯
경제계가 세대교체 바람에 휩싸였다.
재계는 새로운 세대들로 물갈이가 한창이고 어느 기업은 2세 경영에서 3세 경영으로 넘어가면서 주요 경영자가 40대들로 이뤄지고 있다. 2004년 50대 대기업 집단(시가총액 및 순자산 기준)의 경영권 이전 현황을 분석한 결과 14개 그룹만이 경영권 이전 작업이 완료되어 상당수의 대기업 집단이 미래 경영 체제에 대한 준비 작업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퀴터블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한솔그룹 등만이 안정적인 차세대 경영 기반을 마련한 반면 엘지그룹, 신세계그룹과 CJ그룹에서는 아직 상당한 지분 이동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범 현대가에서는 경영권 이전 작업이 더욱 느렸는데 대표적인 범 현대가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 그룹, 그리고 현대백화점 그룹 등에서 모두 경영권 이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10대 대기업 집단 내에서 경영권 이전 작업이 마무리 된 곳은 삼성그룹 한 곳에 불과했다.
한투 매입한 동원, 증권업 덩치 키운다
KCC 차남인 정몽진 회장 체제 급선회
그나마 안정적인 경영권 이전 작업이 이루어진 곳은 주로 10대 그룹 이하의 중견 그룹으로서 특히 농심그룹이나 태영그룹에서는 이미 단일 차세대 경영인에게 최대주주 자리가 이전되었으며 한국타이어그룹과 효성그룹 등에서는 자녀들의 지분 합계가 현 오너 경영인의 지분을 초과하여 향후 경영권 이전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지만 아직 추가적인 지분이동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이러한 결과 2004년에도 경영권 이전 작업을 위한 지분이동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가령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사장이 지분을 늘린 것이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2세들이 지분 매입을 한 것은 미래 경영 구조 확립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집단들이 상당수 안정적인 차세대 경영 체제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평과세를 위해 점차 강화되는 세금 제도 때문에 경영권 이전 작업은 향후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아들 조원태 한진정보통신 차장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기획팀 부팀장(차장급)으로 발령을 냈고 조씨는 여기에서 그룹에 대한 시야를 넓혀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3세 경영 체제로 돌입했다.재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항공사 조직은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에 총괄부서에서 조씨의 경영안목을 키우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2002년 11월 고 조회장의 타계 이후 4형제가 각각 핵심 기업군을 맡아 2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차남인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셋째인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 막내인 조정호씨가 메리츠증권의 사령탑에 올랐으며 최근 그룹 계열분리를 서두르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올해 창사 35주년을 맞아 국제여객부분 세계 15위에서 오는 2007년 세계 10위로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고 글로벌 항공사로의 비상을 서두르고 있다. 동부의 경우도 2세 경영 준비가 한창이다.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29)씨가 동부화재 동부제강에 이어 동부정밀화학 최대주주가 되었기 때문. 남호씨는 김 회장으로부터 84만주를 증여받아 지분율이 21.14%(84만5천5백30주)로 높아졌으며 김 회장의 지분율은 46.21%에서 14%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남호씨는 동부화재 동부제강 동부증권에 이어 동부정밀화학의 개인최 대주주가 됐다.남호씨는 만 19세이던 지난 94년 증여 및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동부화재 지분 13.4%를 취득하면서 지분 승계작업에 본격 나섰으며, 지난 2002년 아버지인 김 회장이 보유지분 15.41% 중 3.31%를 동부문화재단에 출연해 지분율이 낮아지면 서 동부화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남호씨는 현재 동부화재(14.06%),동부제강(7.35%),동부증권(6.84%) 등 그룹 주력계열사의 개인 최대주주이며 기타 일부 계열사에서도 약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동부그룹측은 밝혔다.효성도 3세대인 조현준(36) 부사장과 조현문(35) 전무, 조현상(33) 상무가 각각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효성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현재 조 부사장의 지분율이 6.81%, 조 전무는 6.66%, 조 상무는 6.64%로 각각 높아져 3형제 지분율은 모두 20.11%에 이르고 있다. 이들과 조석래 회장(지분율 10.81%)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포함할 경우 지배주주의 지분율은 36.82%에 달한다. 특히, 이들은 9일 지분 추가 매입 공시 이후에도 또다시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측은 ‘경영권 안정과 주가 안정을 위한 지분 매입’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2세 경영구도 정착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이미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37%에 육박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한데도 계속해서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것은 2세 경영구도와 관련이 있을 것” 이라고 분석했다.관심은 세 사람 중 누가 대표주자로 나설 것이냐는 점. 지금까지는 조 부사장이 장남인데다, 여전히 지분비율이 가장 높아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지난 6월 한 달 동안 둘째인 조 전무의 지분 상승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세 아들 중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 전무가 급부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화섬 부문의 적자폭이 축소되고 안정을 되찾을 경우 현재 섬유ㆍ화학ㆍ중공업ㆍ무역 등 4개 사업으로 구성된 효성을 분리해 세 아들이 각각 책임자로 나서는 방향도 설정해 놓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현대그룹 문제로 언론에 집중을 받았던 KCC(금강고려화학)도 차남인 정몽진 회장 체제로 급선회하고 있다. KCC 정상영 명예회장이 보유중인 지분 77만3,369주를 장남인 정몽진 회장(29만1,997주), 차남인 정몽익 부사장(18만4,370주), 3남인 정몽열금강종합건설 사장(29만7,0002주)에 증여했다. 이번 증여로 KCC는 최대주주가 기존 정상영 외 7인에서 정몽진 외 7인으로 변경되고, 지분 구조도 정몽진 회장이 17.62%(185만3,770주)로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정 명예회장은 증여로 지분이 17.35%에서 10%(105만2,000주)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현대엘리베이터를 둘러싼 지분 경쟁에서 완패한 이후 정 명예회장이 금강고려화학의 경영은 물론 의사 결정과정에서도 물러나는 수순으로 파악, 나머지 지분도 일정 기간을 두고 정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경쟁이 현대가(家)내의 집안싸움으로 비춰지자, 현대엘리베이터 주총 이후 정 명예회장이 중국 현지 공장 방문 등 외유를 통해 심경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헌재, 기업관료 노릇 하지마라 ‘쓴소리’
“소극적 모습 보다 공격적 경영 나서야”
KCC의 한 관계자는“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정 명예회장의 지분 정리는 당연한 것”이라며 “이번 지분 증여에 대한 의미를 확대 해석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투자증권을 매입한 동원그룹도 2세 경영체제에 돌입하기는 마찬가지.
김남구 동원금융지주 사장이 동원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 경영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지주회사 사장-자회사 부사장이라는 동원금융지주의 기형적 경영체체가 정상화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6월 금융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동원금융지주 사장으로 취임했지만 자회사인 동원증권에는 부사장직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김 사장의 동원증권 사장 겸임은 주력 자회사인 동원증권 중심의 투자은행 체제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동원증권측은 설명했다. 김 사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무역협회장)의 장남으로 87년 동원산업에 입사한 뒤 91년 동원증권으로 옮겼고 2000년부터 부사장으로 재직해왔다. 그동안 동원증권을 이끌어온 김용규 동원증권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됐다. 한편 경제계의 이같은 2~3세 경영체제를 두고 이헌재 부총리 발언이 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에 관료가 있듯이 기업내부에도 관료가 있는 것 아닌갚
“기업내부에서 패자의 게임보다는 승자의 게임으로 게임룰을 바꿔 기업가정신을 가진 인물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헌재 부총리가 한국CEO포럼이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 드래건밸리호텔에서 개최한 연례회의에 참석, CEO들을 향해 기업가정신의 발휘를 촉구하며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부총리는 “기업가는 유전자에 박아서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운명적으로 기업가정신을 타고난 사람은 무슨 일이든 일을 저지르고 다니지 정부가 규제를 한다고 기업가정신을 발휘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선배들은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기업가정신을 불태웠다”면서 지난 80년대 대우 근무시절에 겪은 김우중 회장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 부총리는 당시 한 나라로부터 대금을 못받아 런던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뒤 저녁 술자리로 1시간만에 회의 내용을 까맣게 잊고 있었으나 김 회장은 밤늦게까지 고민하다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면서 이런 점이 기업가와 맥없이 따라다니는 직원과의 차이라고 지적하고 “(기업인들이) 그때와 같이 한없이 휘젖고 다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나는 성공했으니까 성공한 것만 지키겠다는 ‘성공한 자의 자만감’이 다음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며 기업인들의 자성을 촉구하고 “예전에는 사회적, 시장적으로 용인되던 것이 용납되지 않는데 대한 노여움이나 불쾌감도 원인이 되고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총리는 “무역, 건설을 하다보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나 재무, 인사 등에서는 그런 위험부담이 없어 기업가정신을 갖고 일선에서 뛰던 직원들은 상처를 받고 떠나고 재무, 인사 등에서 경영자가 돼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는 사례를 많이 봤다”면서 “공격적 전문경영인보다 ‘기업관료’가 더 행세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2세 경영체제의 한계도 기업가정신 실종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세 경영인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MBA를 따고 파이낸스를 전공했다. 이들이 전공한 재무적 투자는 항상 리스크관리를 하기 때문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공격적 경영을 하다 손실을 보고 사회적 공격을 받느니보다 조용히 가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기업가 정신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개별적으로 만나 얘기를 해보면서 어떤 투자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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