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구타 ‘반복’…“시끄럽게 울어 때렸다”
정신질환 앓은 듯…병원 입원 두려워 가출해
아들 사망 후 부부사이 가까워져 안타까움 더해
[매일일보닷컴] 지난달 26일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갓 태어난 아들을 상습적으로 때려 숨지게 한 ‘비정한 엄마’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일련의 보도대로 아들의 사인은 분명 ‘엄마의 상습적인 구타로 인한’ 두개골 골절이었다. 이는 천륜을 저버린 반인륜적 행위임에 틀림없고, 손가락질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비정한 엄마’는 수년전부터 정신병을 앓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영장이 청구돼 유치장 안에 갇혀 있는 신세였지만 그녀는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게 됐는지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비정하지만, 또 비정하지만은 않은 그녀의 사연을 <매일일보>이 따라 가봤다.
경기도 수원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6일 생후 70여일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A(여 ∙ 3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3월 13일 수원의 모 산부인과에서 아들을 출산한 A씨는 “아기가 시끄럽게 운다”며 주먹과 분유통 등으로 수시로 때려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아기의 아빠이자 A씨의 동거남인 B(남 ∙47)씨는 경찰조사에서 “A씨가 아들을 자주 때리는 모습이 목격되고, 다른 곳에 아이를 맡기고 싶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곤 해 친구에게 며칠간 아이를 맡기게 됐다”면서 지난달 21일 ‘3일간’이라는 조건으로 C씨(43)에게 아들을 맡겼다. B씨에 따르면 당시 아기의 머리에는 멍이 든 상태였다.C씨에게 맡긴 후 처음 하루 동안 아기는 잘 웃고, 우유도 잘 먹는 듯 했다. 그러나 23일 오후부터 아이는 울지 않고, 몸이 차가워져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C씨는 B씨에게 연락을 취한 후 인근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아기는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로 인해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병원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기엄마인 A씨가 평소 아이를 자주 때렸다는 B씨의 증언을 확보하고A씨를 체포, “아이가 시끄럽게 울어 때렸다”는 폭행 사실을 자백 받았다.이와 관련 A씨는 “처음에는 때리면 더 크게 울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때리면 조용해졌다”고 말해 경찰들을 경악케 했다.“아기 예뻐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취재과정에서 기자가 만난 동거남 B씨는 A씨가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사람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소 아이들을 보면 예뻐서 어찌할 줄 몰라 그냥 지나치지를 못했다. 또 임신기간 동안에도 뱃속의 아이가 놀랄까봐 조심히 걸으면서 자신의 속도에 맞춰 걸어달라고 부탁하던 사람이었는데….”B씨는 연신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말을 잘 잇지 못했다. “아이를 너무나 예뻐했지만 하루 종일, 그것도 매일같이 자신 혼자서 아기를 돌보느라 짜증이 났을 법도 하다. 일 때문에 육아에 신경도 못 써주고, A씨를 (아기로부터) 쉬게 해주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면서 연신 “내 잘못”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뱉어냈다. 그는 이어 “그녀가 종종 아이가 운다며 머리에 꿀밤 주는 것을 봤다”며 “하지만 자기의 아들을 그렇게 세게 때렸겠냐”면서 A씨를 두둔했다. 하지만 일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보면 아이 얼굴에 멍이 들어있던 적이 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또 저녁 때 집에 돌아와서 아기를 보면 기저귀를 언제 갈아줬는지 엉덩이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고, 우유를 먹였다고는 하는데 아기에게 젖병을 물리면 세차게 빨았다는 게 B씨의 얘기다.B씨는 “친정엄마와 같이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아기를 보는 게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아기 때문에 바깥바람 한번 제대로 쐬지 못하니 아기 우는 소리가 듣기 싫기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같은 이유 때문에 B씨는 며칠간이라도 A씨를 쉬게 해주기 위해 친구 C씨에게 아기를 3일간 돌봐줄 것을 부탁했다. 당시 A씨는 아기를 평생 친구가 키워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A씨는 “아기가 없으니 좋다”며 즐거워했다는 게 아기 아빠 B씨의 전언이다.“정신과 가자”는 말에 가출, 현재 동거남 만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면서 사랑 키워
하지만 B씨는 A씨의 상태에 대해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B씨는 이에 대해 “가만히 있다가 혼자 웃곤 했는데 그냥 기분이 좋아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면서 “평소 말도 잘하고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며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로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는 이어 “A씨가 실형을 받을 경우 그 기간 동안 돈을 모아 출소 후 병을 치료해 주겠다”면서도 “유치장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울며 기자에게 애원했다. 기자에게 사법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B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근로자였다. 일정한 거처 없이 수원 인근의 찜질방과 여인숙, 여관 등등 전전하며 살아온 그에게는 ‘저축’이란 그림의 떡이다.
‘오락가락’ 피의자, 아기 죽은 사실 인지 못해
‘옥바라지(감옥에 갇힌 죄수에게 옷과 음식 따위를 대어 주면서 뒷바라지를 하는 것)’까지 각오할 정도로 B씨가 그토록 사랑한다고 말한 A씨는 과연 어떤 심정일까. 도대체 그녀의 상태가 어느 정도였기에 아들을 때려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