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서원학원 16년째 ‘분규사학’ 멍에 쓰고 빈사상태 현대百 채권 확보 불구 現 이사장 “매각 없다” 버티기 횡령혐의 수사 급물살… 교과부 “수사 결과따라 처분” 교과부 관련자 2명 처장 등 영입되자 “유착관계” 의심
사학재단을 지도·감독하는 교육당국이 감독 의무는 소홀히 한 채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처신마저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눈 감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분규사학’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협약조건을 이행하라고 지시한 담당 행정사무관의 친동생이 학원 산하 고교에 직원으로 특별 채용됐는가 하면, 또 다른 사무관은 고용휴직계를 내고 산하 대학의 행정지원처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상시(常視)적 관점에서 납득하기 쉽지 않은 처신을 보여 빌미를 잡히고 있다. 충북 청주에 소재한 서원학원 분규에 얽힌 구설수다. 이 학원은 지난 92년 설립자 일가의 부도 후 해외 도피로 200억원대의 재단 부채를 안고 있다. 산하 서원대와 5개 중·고교 구성원들은 10여년 동안 재단 영입과 교체 과정에서 숱한 내분과 법정 다툼을 거듭하고 있다. 99년엔 C모 재단이사장이 수십억원을 횡령하고 인도네시아로 도피하자 임시이사 체제를 거쳐 현 박인목 이사장을 2003년 영입, 정상화 수순을 밟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학원 인수 이후 채권단이 과도한 요구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부채 해결을 미뤘다. 그러자 교수회나 학생회 등 구성원들이 부채 해결 불이행을 기점으로 박 이사장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이사장실과 총장실을 점거하는 사태로까지 번져 학사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역 내에서 희망의 단초가 피어오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원학원 인수에 뛰어들면서 고질적 분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지역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부터 서원학원 채권자들과 협상을 벌여 총 174억원의 부채를 95억원에 사들이는 인수계약을 체결해 현재까지 67억여원의 채권을 확보했다. 7월부터는 본격적인 인수 절차를 밟고 있지만 현 재단의 매각 불가 방침으로 서원학원은 ‘16년 분규사학’이란 멍에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교직원들의 보증 채권 12억원도 인수 후 갚는다는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Y출판사 채권과 일부 성격 규정이 애매한 부채들만 남겨두고 있어 인수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교수회, 학생회, 동문회, 직원노동조합 등의 각 구성원들도 대부분 현대백화점의 사학재단 인수를 환영하고 있지만, 현 재단이 요지부동인 가운데 교과부도 적극적인 행정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어 아직도 이 학원은 ‘불행의 터널’을 헤매는 상태다. 특히 교육당국이 지난 2월 서원학원에 박인목 이사장 취임 당시의 협약조건 이행을 재촉구하는 계고성 공문을 보낸 이후, 현재까지 뚜렷한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어 학원 관계자들은 물론 지역민들의 우려가 깊다. 여기에다 서원학원에 계고장을 보냈던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경영지원과의 S사무관의 동생이 학원 산하 고교에 특별 채용된 사실이 전해지면서 교과부를 향한 학원 안팎의 시선이 삐딱해지고 있다. S사무관은 ‘박인목 이사장이 2007년 부채상환이 전문한 상태에서 인수 당시 체결한 협약조건을 이행할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어, 임원 취임 승인 당시의 협약 조건을 6월 30일까지 이행하라’고 재촉구하는 공문을 보낸 장본인이다. 교과부는 또 ‘합당한 이유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향후 임원취임은 승인을 유보하거나 취소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계도했다. 내홍이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재단 측은 지난 6월 말 교과부에 현금 27억원을 출연했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이후 교육당국은 최근 급물살을 탄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행정조치를 유보하고 있다.
특채 논란이 불거져 당사자간 대립이 교과부로까지 번지면서 학원 내에서는 당국이 겉으로는 서원학원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뒤로는 ‘실익’을 챙기는 이율배반적인 비위를 저지른 것이라는 비난이 일게 됐다. 교과부에 따르면 S사무관은 지난 5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인사조치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혀 부산대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부적적한 특채 논란에 휩싸였던 S사무관의 동생 S씨는 지난 4월부터 고교 행정실 7급 직원 발령받은 뒤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반려돼 근무중이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 교과부에서 평생교육을 담당하다 서원대 행정지원처장으로 영입된 사례도 있어 재단과 교육당국 사이의 ‘유착 논란’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행정사무관 C씨는 지난 4월 1일자로 행정지원처장으로 영입된 뒤 논란이 불거지자 7월 말 사직서를 내고 교과부 잠재인력정책과로 복귀했다. 서원학원 정상화에 발목을 잡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또 한가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다. 검찰은 박 이사장을 지난달 소환해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박 이사장을 상대로 학원 인수 당시 자신의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소재 2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재단에 채무변제를 위해 담보로 제공한 뒤 임의로 처분한 경위 등을 캐물었다. 지난해 8월께 중·고교 부지였던 청주시 성화동 일대가 수용되면서 받은 토지보상금 67억원 가운데 2억2000만원을 박 이사장 개인 채무변제에 사용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2003년 12월 박 이사장이 부채해결을 위해 쓰겠다며 53억원 입금통장을 제시했으나 모두 인출해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여 일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이로써 박 이사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와 범법행위의 수위에 따라 교과부의 임원 승인 취소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지난달 박 이사장을 불러 학원 안정과 협약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주문한데 이어 오는 12월 18일 이사장 및 임원 임기 만료에 앞두고 10월 중 이행사항을 보고하라고 재단에 지시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박 이사장의 인수 당시 협약사항 위반 여부에 대해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최종적인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협약서에 이행시기가 불명확해 해석에 어려움이 있다”며 어떤 처분을 내려야 할지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협약 위반 여부는 법의 판단에 따라야 하고 관련 법령을 현격하게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도 최종 판단은 유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사학재단의 자율권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교과부 지도·감독 권한을 어느 선까지 정해야 하는지도 담당 사무관으로서 고민”이라고 덧붙였다.현행 사립학교법은 20조 2항에 회계부정 및 현저한 부당 등으로 인해 당해 학교법인의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한 때 임원취임의 승인 취소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교과부는 소속 공무원들의 특채 논란에 대해 “한명은 자신의 동생이 고교 직원으로 채용된 것을 이후에 알았지만 말들이 많아 자진해서 부산대로 옮겨갔고, 또 한명은 정식 휴직절차를 밝아 채용됐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조명화 서원대 교수회장은 “부패하고 능력 없는 재단을 감독해야 할 당국에서 이같은 처신을 하는 직원에게 관대한 듯한 모습을 보여 교과부가 앞으로 서원학원 문제에 대해 팔짱만 끼고 방관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