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인간광우병은 내 아들에게서만 발생한 개인적인 병이 아닙니다. 어느 나라, 어느 가족에게서도 일어날 수 있는 전세계적인 ‘현재진행형’ 문제입니다.”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인간 광우병 판정을 받고 사망한 앤드류 블랙의 어머니 크리스틴 로드(51)씨가 한국을 찾아 인간광우병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로드씨는 12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간광우병은 광우병이 인체에 전염될 수 있고 그로인해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축산업자·정부의 이윤을 위해 은폐한 영국정부에 의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영국 BBC방송국에서 PD로 일했던 앤드류는 17세 때부터 라디오 생방송 프로그램을 맡아서 진행했을 정도 장래가 촉망되는 언론인이었다. ‘데스크의 전설’로 불렸을 정도.그러던 중 지난해 3월 체중감소, 균형감각 상실 등 이상증상을 보여 병원 진단을 받은 결과 6월 인간광우병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6달이 지난 12월 16일 영국포츠머츠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로드씨는 자신의 아들 앤드류를 “항상 건강하고 밝은 아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인간광우병 판정을 받은 후 앤드류의 건강상태는 극도로 악화됐다.
이와 관련 로드씨는 “앤드류의 두뇌활동은 병에 걸리기 전과 마찬가지로 건강했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걷거나 일어설 수 없었다”며 “아들이 죽던 12월에 들어서부터는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고, 웃을 수도 말을 할 수도, 또 음식을 씹을 수도 없었고 심지어 가족들까지 알아보지 못했다”고 가슴 아픈 기억을 전했다.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을 잃은 로드씨가 머나먼 한국 땅까지 와서 이 처럼 인간광우병의 폐단을 알릴 수 있게한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이에 대해 로드씨는 “아들은 죽어가면서 ‘내가 이렇게 인간광우병으로 죽어가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그것을 밝히고 사람들에게 알려 달라’는 말을 남겼다”며 “그것이 슬픔을 딛고 이 자리에 서서 광우병의 위험성을 알릴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로드씨는 이어 “아이가 죽은 후 나는 아들의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관료와 정책에 대해 추적 조사했고, 그 결과 정부의 정보 은폐로 인간광우병이 발병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내 아이는 이미 죽어 손을 쓸 수 없지만 전 세계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 알고, 아이들을 위험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드 씨는 12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13일에는 (사)학교급식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서울 장충동 한살림 강당에서 ‘잃어버린 나의 아이’를 주제로 특강을 실시한다. 이어 14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해 민노당 강기갑·민주 김영진 등 야당 의원들이 소속된 ‘농어업회생을 위한 국회의원연구모임’과 조찬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