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농협노조 수익금 환원 놓고 골깊은 신경전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수신액 40조원에 달하는 농협 공공금고의 운용을 둘러싸고 지역에서 말들이 무성하다.
해마다 연말이면 금융기관들은 각 지역마다 지자체와 교육기관을 상대로 공공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벌인다. 각 기관의 예산을 수탁 관리하게 되는 금고를 유치하면 수신액이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수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수익금은 중앙회 일반회계로… 금고 취급비용은 지역농협서 전담
각 농협노조 “세금서 나온 수익금 개선·지역사회 환원” 요구 봇물
중앙회 “농협법 따라 지역·농민에 지원… 노조 투쟁의 명분 악용”
기관별로 3년 주기로 선정하는 금고는 현재 농협중앙회가 69.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독식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금고 262개 가운데 182개를 농협에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육금고도 전국 16개 가운데 15개를 농협중앙회가 맡고 있다.
농협의 공공금고 수신금액은 2007년 작년 기준 37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42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농협의 전체 수신 추정액 140조원의 30%가 넘는 금액이다.
전국 공공금고 농협이 70% 독식
금고 운용에 따른 농협중앙회의 수익금도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농협이 이처럼 전국의 공공금고를 독차지하다시피 하는 것은 주민 편의성이나 공익성 면에서 타 금융기관보다 농협에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은 각 지역의 읍면동에 골고루 뿌리내리고 있어 편의성에서 유리한 데다 설립의 근거인 농협법을 보더라도 조합원과 농민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공익적 명분에서 앞선다.
하지만 각 지역의 농협노조에 따르면 정확한 금고운용의 수익금과 사용처가 분명치 않아 수익금의 분배와 지역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지자체 예산을 농협에서 유치하는데 수익금이나 이자수익은 중앙회로 귀속돼 정작 지역농협과 지역민을 위한 사업에는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 전국농업협동조합의 지적이다.
공공금고는 금고를 위탁하는 기관과 농협, 지역농협이 ‘갑-을-병’의 관계로 계약을 맺는다. 여기서 지역농협의 경우는 지방세 등의 수납 대행업무를 맡는데 금고처리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농협노조에 따르면 금고 운용에 따라 지역농협들은 전산처리비, 장표지로 업무, 지로용지비, 인건비 등을 분담하고 있다. 농협노조는 이같은 업무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건당 821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국 지역농협 전체 1200여개의 지로장표 처리 비용은 2001년 기준 3100만건, 254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집계됐다. 2006년의 경우 5000만건을 처리해 410억여원의 비용을 지역농협에서 부담했다고 농협노조는 강조한다.
금고 취급 비용 대는 지역농협은 들러리?
그런데, 금고 유치에 따른 업무계약에 따르면 지역농협들이 이같은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농협중앙회가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농협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금고운용 수익을 처리하는 농협의 회계가 따로 없이 특별회계가 아닌 일반회계로 처리해 수익금의 규모나 용처가 모호하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농협노조는 이에 대해 “지역주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지자체 예산을 농협 등 금융기관에 예치하면서 수십조의 자금을 금융기관이 독식하지 말고 수익의 근원인 지역사회에 학교급식이나 농민 지원 등의 방법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금고 유치 과정에서의 잡음도 불거지고 있다. 경기도금고의 경우 41억원의 기부금을 농협에서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횡령 혐의를 잡고 검찰이 내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농협노조는 최근 전국 농협노조가 참여하는 촛불집회를 서울역에서 개최한데 이어 경기·인천, 포항·구미, 충북 등을 중심으로 금고수익의 지역환원과 공정한 운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잇따라 갖고 있다.
공공금고 문제 해결을 위한 농협노조 경인본부는 지난달 총력결의대회를 통해 “농협중앙회는 말로만 상생을 강변할 것이 아니라 지역농협과의 대등한 관계설정 속에서 진정한 상생을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경인본부는 공공금고 운용수익을 친환경 학교급식으로 제공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청은 금고 계약에서 농협중앙회와 각 지역농협이 명확한 주체로서 불평등계약이 이뤄지지 않도록 감독하라고 주문했다.
지역농협과 중앙회의 불평등 관계 시비도 지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농협노조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전산망을 이용해 각 지역농축협으로부터 역환 등으로 가져갈 것은 다 가져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17개 금융기관의 지로수수료(은행간 이체수수료) 담합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1억2000만원을 가져간 것은 명백히 부당한데도 지배구조를 악용해 중앙회가 지역농협에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협중앙회 “농협법 따라 원활히 운영” 반박
지역에서 잇따라 금고운용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자 농협중앙회는 전국 지역농협에 2107개의 공과금수납기 설치를 지원하는 등을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농협노조에서는 이마저도 전기세, 용지비, 인건비, 유지보수 비용 등이 소요되는데 이를 모두 지역농협에서 부담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바라보는 농협중앙회의 시각은 다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금고 유치에 기부금이 로비 성격으로 건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이 지자체에 내는 것은 기부금이 아닌 협력사업비”라며 “농촌개량이나 쌀 추곡수매 등 어려울 때 지원하는 사업에 농협이 협력하는 것으로 비자금 등으로 오해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농협중앙회는 금고 수익금에 대해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엄밀하게 금고 계약은 행정자치부 기준에 따라 공개경쟁으로 맺는 중앙회와 지자체 사이의 관계여서 자세히 얘기하기 곤란하다”면서 “관점에 따라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익금 배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고 운용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농협법에 따라 지역농협과 농민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일반회계를 통해 원활히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국에 4223개의 농협노조가 있는데 전국 노조를 장악하기 위한 투쟁 명분으로 금고 문제를 운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광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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