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도기천 기자] 원만한 노사 관계로 유명한 KT가 임금 및 복지 문제, LTE폰 판매 강제할당 등으로 사측과 노조가 유례없는 내홍을 겪고 있다. KT노조는 지난 12일 “사측이 입장을 바꾸기 전에는 2012년 단체교섭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협상 불참 선언을 했다.전날 국정감사에서는 KT 사측이 전 계열사의 비영업부서 직원들에게 LTE휴대전화 구매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KT노조 단체협상 결렬 선언…사측 “유례없는 일” 당혹 노조, “LTE폰 1인당 5건씩 강제할당했다” 강력 반발 안덕수 의원 “KT, 그룹사 총 동원…LTE폰 판매 ‘강요’” 공정위 “사실관계 파악 나설 것…위법시 조치하겠다”정윤모 KT노조위원장은 12일 중앙위원회 회의 직후 “회사가 노동조합 6대 요구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밝히기 전에는 교섭에 임할 수 없다”며 “이와 함께 결정권도 없이 앵무새 발언만 난무한 실무소위원회 또한 거부한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당초 16일 열릴 예정이었던 2012년 노사 단체협상 3차 본회의의 개최유무는 불투명해졌다. 앞서 KT 노사는 지난 11일 경기도 분당 KT본사 대회의실에서 ‘2012년도 단체교섭’ 2차 본회의를 가졌지만 서로의 이견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지 못하고 3시간만에 회의를 끝낸 바 있다.현재 노조 측은 ▲기준연봉월정액 6.2% 인상(고과인상분 3.2% 제외) ▲정년연장(58세 → 60세) ▲매년 자기계발비 지급(상·하반기 각 50만원) ▲사내근로복지기금 923억원 출연 ▲자가차량 현실적 보상 ▲OTV·OTS 유료컨텐츠 무료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노사 양측이 맞서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KT노조는 “사측이 제시하는 임금인상률은 물가나 경제지표 상승률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치”라며 “그동안 임금은 동결하다시피 하면서 현장 종사원에게 고통분담만을 강요한 경영진이 이번에는 긍정적인 자세로 조합의 6대 요구를 조건 없이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그러나 사측은 “전년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상태”라며 “통신시장 환경변화로 전반적인 어려움에 부닥친 경영상황에 대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이에 노조는 “야구단까지 창단하는 KT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믿으라는 말이냐”며 “회사가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3000억원을 냈고, 게다가 31억이라는 임원 성과금을 가져갔다”고 다시 맞받아쳤다.이처럼 노사가 갈등을 겪게 된 배경에는 LTE폰 판매목표량 달성 등 회사측이 직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온 것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KT 노조는 그간 사측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이석채 회장의 연임을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고 지난 2월에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기까지 했다.이런 노조가 최근 태도를 바꾼 것은 임금협상에 앞서 LTE폰 강매 등 직원들을 압박한 게 화근이 됐다는 지적이다.
KT는 경쟁사보다 무려 6개월이나 늦은 올해 1월에서야 롱텀에벌루션(LTE)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LTE서비스를 타 통신사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LTE시장에서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에게 2위 자리를 내주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KT이석채 회장은 조만간 개시될 VoLTE 시장에서 반격의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이 회장은 최근 상품 및 고객별로 나눠져어 있던 개인고객부문과 홈고객부문을 통합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7월 30일부터 LTE가입자를 늘리려는 골든 브릿지(Golden Bridge)프로그램이 시행됐다.글든브릿지 프로그램은 KT가 LTE 시장 후발주자로서 이 시장에서 LG유플러스에 밀려 3위로 내려앉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그룹 내 모든 계열사의 비영업부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LTE 신규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노사는 직원들에게 실적에 따라 적절한 금전적 보상을 하는 한편 직원 개인별 목표 달성 시 프로그램을 전면 철폐하기로 합의했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노조는 지난달 11일 성명을 통해 “일부 현장에서 그릇된 해석으로 임의적 ‘기본목표 5건 달성’을 실적 관리하는 등, 원래 취지를 이탈한 운영사례가 발생됐다”며 “이런 상황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앞서 김일영 KT 부사장은 최근 모 언론을 통해 “콘텐츠 관련 조직의 성과급 등 연봉체계가 지금의 KT와 맞지 않다”며 구조 개편을 연상시키는 듯한 발언을 해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급기야 노조는 “사측이 노조와의 합의사항을 위반하고 비영업직 직원들에게까지 LTE휴대전화 구매를 강요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이처럼 노사 양측이 ‘LTE폰 강매’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인천서구강화군을)은 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T 내부문서를 확인한 결과 LTE시장 후발주자인 KT가 본사와 계열사 직원에게까지 강제로 LTE폰 판매를 강요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안 의원은 KT 내부문건을 인용해 “KT는 ‘LTE 못팔면 내 자리 없어진다’, ‘LTE 대전승리를 위한’, ‘LTE 전세 역전을 위한’, ‘그룹 역량 총결집’ 등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판매를 강요하고 있는 바, 이러한 압박에 버텨낼 배짱 좋은 직원이나 계열사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차완규 노조 정책실장은 <매일일보>에 “(사측이) 실적을 언급하면서 직원들을 압박한다는 제보가 조합에 들어왔다”며 “사측은 과거에도 비슷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적발된 사례가 다수 있는데 아직 일부 지점에서는 과거의 행태를 버리지 못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KT관계자는 “노조와의 단체교섭은 현재 원만하게 진행 중이며 진행 과정에서의 일부 마찰을 사측과 노조가 대립하고 있다고 보는 건 무리”라며 “LTE가입 독려 프로그램이 운용 중인 것은 맞지만 직원들에게 LTE폰 구매를 강요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해봐야겠지만 안 의원 주장대로라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밝혔다.한편 국회는 오는 24일 방송통신위원회 확인감사에서 이석채 회장과 서유열 KT 홈고객부문사장을 증인으로 채택, 국무총리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에 사용된 대포폰을 제공한 혐의를 비롯, 해고된 KT 박찬성 씨의 양심고백으로 드러난 인력퇴출 프로그램(C-Player) 실행과 제주7대 자연경관 선정 당시 국제전화요금 청구, 고객 8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해 추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