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0일 '드루킹 댓글조작'사건 연루 혐의로 재판 진행 중에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를 향해 "착하니까 그런 친구들을 응대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이날 오전 양 원장은 경남도 산하 경남발전연구원과 정책 협약을 맺기 위한 협약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김 지사를 보면) 짠하고 아프다. 국회의원으로만 있었으면 이렇게 고생을 했을까 싶다. 도지사 되고 차기 주자가 되면서…"라며 "그런 일(드루킹 사건)은 선거판에서 일어났을 수 있다. 착하니까 바쁜 와중에 그런 친구들 응대하니까 짠하다"고 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대선 관련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등으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 및 지난해 6·13 지방선거 관련 댓글 조작 대가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가 있다. 1심에서 두 혐의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아 항소심을 준비 중이다.
양 원장은 최근 잇따라 체결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연구원과의 협약을 통한 공동정책 개발 내용이 내년 총선 공약으로 이어질지 묻는 질문에는 "큰일 난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이날 만남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경계했다. 10여 분간 지속된 공개 환담에서 김 지사는 "중앙정부에서 세운 예산이 결국 지방정부를 통해 실현되는데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정책이 현장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지방정부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중앙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국회나 정당 입장에서는 지방정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도 경남발전연구원과 이미 협력 관계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양 원장도 "문 정부의 굉장히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가 지역균형 발전인데 정당들의 싱크탱크가 역사가 길지 않아서 지역 균형발전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성과가 아직 미흡하다"며 이날 만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원장은 다른 당들도 지방 정부 싱크탱크들과 협력하는 풍토가 조성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회담 내내 이어졌다. 김 지사는 "오신 김에 두 가지만 청을 드린다"며 각 지역 정당 연구소의 정책역량 강화를 위해 지원해줄 것과 국회에서 신속히 추경 예산을 통과시켜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양 원장이 "이렇게 다녀야 지방정부의 생생한 어려움을 듣고 우리가 미처 살펴보지 못한 부분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나 잔소리 들을 수 있다"고 하자 김 지사는 웃으며 "잔소리 아니고 요청과 당부"라고 했다.
김 지사와 15분가량 비공개 환담을 이어간 후 양 원장은 경남발전연구원과의 업무 협약식에 참석했다. 양 원장은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취임 후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업무 협약식, 서훈 국정원장과 사적 회동,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공개 만남 등 유력 인사들과의 회동을 이어가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