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설비로 ‘직접 제조한다’ 해놓고 정체불명 공장서 ‘편법 반입’ 드러나 계속돼온 관행…불량제품 유통 가능성 단위조합 발행한 검수증 1장만 믿고 유통[매일일보=도기천 기자] 농협 한삼인 홍삼이 제조과정에서 총체적인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제품 품질에 대한 소비자 의혹이 커지고 있다.한삼인은 농협의 홍삼 브랜드로 전국 1300여 회원 농협에 소속된 인삼 경작 농민들이 농협과 함께 생산하는 제품이다. 농협은 기후·토양조건 등을 고려해 재배지를 선정한 뒤, 토양관리 전문가를 투입해 농가 생산을 직접 지도·관리하는 시스템으로 홍삼을 재배하고 있다. 농협 측은 이처럼 철저한 관리를 통해 우량 수삼만을 선별 구매한 뒤 최신설비와 가공기술로 홍삼제품을 직접 제조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하지만 철저한 관리로 품질을 보장한다는 농협 홍삼이 초기 재료(수삼) 구매·제조 단계에서부터 부실투성이였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최근 KBS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의 한 홍삼 제조 공장은 수삼을 홍삼으로 만드는 증삼기가 1대 뿐인 소규모 공장이었다.이 공장에서 작년 한 해 동안 농협 ‘한삼인’에 납품한 홍삼은 모두 15톤으로 17억원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가 편법 납품으로 챙긴 수익은 2억 6천만원에 이른다.첨단설비로 엄격한 가공생산을 하고 있다는 한삼인 측의 홍보내용과는 전혀 딴 판이었다. 특히 자체 제조한 홍삼만 판매한다고 홍보해놓고 외부에서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홍삼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농협 관계자는 25일 <매일일보>에 “해당 지역 단위 조합에서 (제조 공장에서 만든) 홍삼을 검수한 뒤, 확인증(검수증)을 발급해 주는데 그것(검수증)을 믿고 홍삼을 구매했다”며 “농협 차원에서 일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결국 우리도 단위조합에 속은 셈이 됐다”며 “다행히 문제의 홍삼이 시중에 유통되지는 않았다. 유통되기 전에 보도를 접하고 전량 폐기처분했다”고 밝혔다.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는 이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농협 측의 말대로라면 홍삼 제조· 유통을 맡고 있는 자회사인 (주)농협한삼인은 그동안 단위 조합의 검수증 한 장에 의지해 홍삼을 구매해온 것이다. 따라서 그간 불량 홍삼이 유통돼 왔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홍삼을 납품해온 단위 조합의 한 관계자는 “농협한삼인과의 약속된 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평소 친분있는 개인이 운영하는 홍삼공장에서 물량을 받기도 한다”고 털어놨다.검수 업무도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0년에는 두 차례 검수를 거치고도 불량 제품이 시중에 유통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지난 19일 농협한삼인 측은 사과문을 발표했다.2010년 1월에 생산된 홍삼정과가 포장접착 불량으로 뒤늦게 소비자 리콜이 이뤄졌는데 시중에 유통된 3500여 세트 중 2500여 세트는 반품 받았지만 이미 팔려나간 914개 세트는 리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다.회사 측은 뒤늦게 고객지원팀을 만들어 연2회 모의리콜제를 운영하는 등 신속하게 불량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농협에서는 6년근 홍삼순액 한삼인, 홍삼농축액 홍삼정, 홍삼장원플러스, 어린이용 홍삼키튼 등이 판매되고 있다.한편 농협은 지난 16일 애경산업과 농협한삼인과 신규브랜드 론칭 및 유통채널 마케팅 강화 등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23일에는 탐앤탐스와 공동브랜드 및 홍삼커피 제품 개발에 대한 MOU를 맺는 등 최근들어 홍삼제품의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이런 가운데 터져 나온 ‘불량 홍삼’ 의혹은 농협의 신뢰를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 근본적인 농협 체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참여연대 시장감시팀의 한 관계자는 “농협 브랜드를 이용해 소비자를 기만한 심각한 사례”라며 “농협의 고질적인 병폐인 비민주적인 운영 행태, 각종 비리로 얼룩진 조합장 선거 등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일”이라며 근본적인 시스템의 개혁을 촉구했다.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소속 윤명희 의원은 “향후 재발방지 차원에서 홍삼 계약재배 확대 등 투명한 관리가 시급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매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