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도기천 기자] 휴일 의무휴업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소송을 벌이며 갈등을 빚어온 대형 유통업체 대표들이 예상을 뒤집고 국정감사에 출석하는가하면,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와 중소상인, 대형마트들이 함께 참여하는 ‘유통산업발전협의체’를 출범키로 하는 등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대형마트 대표들, 예상 뒤집고 국감 참석 ‘눈길’ 중소상인-유통대기업 ‘상생협의체’ 구성 합의 의무휴업·출점자제 원칙 모두 동의, 세부안 조율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회피해왔던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최병렬 이마트 대표,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지난 24일 국감(종합감사)에 모두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지난 8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국감때 골목상권 침해논란과 관련, 증인출석 요청을 받았지만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모두 불참했었다.국감 분위기도 비교적 좋았다. 강창일 지식경제위원장은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을텐데 나와 주셔서 천만다행”이라고 운을 뗐고,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진정성을 보여려면 소송은 소송대로 하고 자율은 자율대로 하고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소송에 대해서는 취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드린다”고 제안했다.오영식 의원(민주당)은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한국체인스토어협회 회장)에게 “지난 22일 지식경제부장관과 대중소유통업계가 상생협력을 위해 합의한 ‘출점자제’, ‘자율휴무’ 등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홈플러스 합정점 개점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어조는 높지 않았다. 홈플러스 개점 예정인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인근에 이미 홈플러스 월드컵점이 영업하고 있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에 대해 대형마트 측은 자율휴무 시행뿐 아니라 소송을 취하하는 방법을 협의체에서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신규 출점 부분도 중소상인들과의 상생협의체를 통해 상권침해 문제를 최대한 줄여 나가겠다고 전했다.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유통산업발전협의체가 발족되면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지역과 함께 공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자치구의 조례 중 ‘오전0~8시 영업시간 제한 및 매월 2ㆍ4번째 일요일 의무휴업’ 부분에 대해 “상위법인 유통법에서 말한 의무휴업 범위의 최대치를 의무적으로 강제했고 지자체장의 판단 내지 재량권을 막고 있다”며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부분 대형마트들은 일제히 일요일 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이에 맞서 대부분 지자체는 조례 재개정에 나섰으며 일부 자치단체는 재개정된 조례로 다시 휴일영업 단속에 나섰다. 대형마트들도 재차 소송을 제기하는 등 조례개정->소송->패소->재개정->소송 등 끊임없는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이날 국감에서 유통업체 대표들의 달라진 태도는 지경부가 중소상인-대형마트들이 함께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제안하면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지난 22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형마트 및 중소유통업체들의 대표들을 한자리에 불러 상생 방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내달 출범하는 ‘유통산업발전협의체’를 통해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출점과 의무휴무제 등을 자율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이들은 ‘대중소유통 상생협력 합의문’을 바탕으로 오는 11월 15일까지 유통산업 발전 방안과 상생 협력을 논의하고 사회적 갈등을 유통산업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협의체’를 발족하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대형유통업계는 그간 정부의 일방적 규제에서 벗어나 출점 자제와 자율 휴무 등을 자발적으로 이행키로 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협의체를 통해 조속히 협의하기로 했다.이날 간담회에는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 회장, 김경베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이승한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회장, 최병렬 이마트 사장,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왕효석 홈플러스 사장,홍재모 GS리테일 대표,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이사, 심재일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중소상인 단체와 대형유통업계 대표가 모두 참석했다.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지경부 중재로 유통산업 발전과 상생협력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해 온 결과 협의체의 구성 및 이를 통한 주요 현안 해결을 대중소유통업계 대표들이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지경부는 특히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과 관련, “지자체, 대형유통업계, 중소유통업계가 모여 이틀이라는 원칙은 이미 동의를 했다”며 “기존처럼 공휴일을 휴무일로 하는 방안 및 공휴일+장날, 또는 공휴일+평일 등 지자체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협의해 조례에 반영하고 대형마트는 그것을 따르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매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