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켰음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반등 기세는 단 하루밖에 가질 못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보다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증시의 본격적인 상승을 좌우할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미 금리인하 시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 20일(현지시간) 0.95% 오른 2,954.18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날 연준이 통화정책 성명에서 금리 변경에 인내심을 보이겠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경기 확장 유지를 위해 적절하게 행동하겠다는 표현을 넣는 등 금리 인하를 시사하자 강하게 반등했던 것.
하지만 다음날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3.72포인트(0.13%) 내린 2,950.4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63포인트(0.24%) 하락한 8,031.71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관련 소식과 중동 정세를 주시하는 가운데 소폭 하락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이미 상당폭 반영됐던 데다, 주가도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오른 만큼 숨 고르기 움직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에 한국은행의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도 덩달아 커졌지만 정작 주식시장은 별다른 반응이 없는 모습이다. 2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0.27% 하락한 2,125.62로 마감했다.
올 들어 국내 증시는 주요 신흥국 중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무역분쟁 당사자인 중국보다도 적게 오른 상황에서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상승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으나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하에 기대고 있는 투자 심리는 국내외 모두 이미 선반영 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 보다도 미중 무역협상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내셔널 시큐리티즈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CNBC에 출연해 "연준은 올바른 결정을 했고, 다음 회의 때 금리 인하에 열려있다고 알렸다"며 그러나 무역 전쟁 후유증에 따른 시장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무역 정책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시점으로 다시 돌아왔다"며 "올해가 끝나기 전 중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면 연준은 금리를 전혀 내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호건 전략가는 "사상 최고치에 육박한 6월의 강한 주가 상승세는 취약하다"며 "G20 회의에서 무역 합의에 더 다가가지 못하면 S&P는 분명히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전문가들도 이같은 전망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에서 무역분쟁 완화 가능성이 높아지면 유동성 측면에서 코스피의 본격적인 반등 재개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초부터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오며 약하기는 하지만 지난달과 달리 외국인의 순매수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 해소는 국내시장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는 굿뉴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무역협상의 완전 타결로 이어질 경우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0월 증시 급락 이전 시점인 2,350선까지도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은 협상 결렬 사태로 코스피 2,000 지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결국 시장의 시선은 오는 28일~29일 미국과 중국 정상이 만나는 일본 오사카에 쏠려있다. 이 자리에서 무역협상 재개 선언 여부가 향후 증시의 방향성을 판가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지난달 초 협상 결렬 이후 글로벌 증시 폭락 사태가 나타난 만큼 무역협상 재개만이 증시 상승의 추가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과 무역갈등 완화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환율도 급락(원화 강세)했다.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은 전주 대비 21.3원 내린 116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G20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흥국 통화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은 향후 미국 금리인하 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언급했듯이, 협상 결과는 미국 경제는 물론 금리 인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