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포니와 애니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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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포니와 애니콜의 추억
  • 김휘규 공학박사
  • 승인 2019.07.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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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매일일보 김휘규] 현대자동차가 기존의 포드와의 라이센스 생산에서 벗어나 최초로 독자생산 모델(고유모델)인 포니를 개발한 것이 1975년이다. 당시 대부분의 핵심부속과 기술은 미쯔비스와의 제휴를 통해 들여올 수밖에 없었다. 스킨체인지(skin change)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그래도 당시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외관 디자인을 해 줬다. 비록 남의 기술과 디자인을 들여와 조립하는 수준이었지만 그 의미는 컸다. 포니를 통해 한국은 세계에서 16번째로 자동차 독자모델을 개발한 국가가 됐다. 70년대 당시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는 년 2만대 수준으로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중공업 육성’이라는 기치에 따라 1974년부터 연산 5만6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공장이 울산에 건설되고 있었다. 내수 시장의 2~3배 규모의 큰 공장이다 보니 반발도 컸다. 각계의 우려와 반대가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수출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세계 자동차 시장은 지금보다 더 경쟁이 심한 상황이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격돌하는 전쟁터와 다름이 없었다.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포니의 수출이 시작된 1976년 첫해, 현대차는 겨우 1019대를 수출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지난 4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어 왔다. 비록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생산 및 수출 감소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선두 그룹에 들어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은 약 67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총수출 물량의 10% 수준이다. 연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약 400만대로 멕시코에 이어 세계 7위다. 모토로라 연구팀이 휴대전화를 발명한 것이 1973년. 그리고 이를 상용화 한 것은 10년 뒤인 1983년의 일이다. 모토로라의 뒤를 이어 노키아는 2세대 통신방식을 적용한 휴대전화를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삼성전자가 재빨리 휴대전화 개발경쟁에 뛰어들었다. ‘최첨단 기술기반 미래 먹거리 확보’라는 명분하게 적극적으로 휴대전화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일본 도시바에서 기술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추어 첫 모델 ‘SH-100’을 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1994년부터 애니콜이란 브랜드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휴대전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여전히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모토로라, 노키아 등 선두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이에 적극적인 R&D와 기술투자를 진행했다. 세계 최초로 손목시계폰, MP3폰, TV폰, 전자동 폴더폰, VOD폰 등을 내놓으며 기술우위 전략을 실행해 나갔다. 최근 후발주자인 중국 브랜드에 밀려 고전중이긴 하지만, 2018년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은 30%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의 빈그룹(VinGroup)이 주목받고 있다. 빈 그룹은 식음 및 부동산 개발로 성공을 거둔 베트남 최대의 재벌기업이다. 일명 ‘베트남의 삼성’이라고 불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다낭, 나뜨랑 등 휴양지의 ‘빈펄 리조트’라는 이름이 더욱 친근한 기업이다. 식음, 부동산, 유통을 기반으로 하는 빈그룹은 2018년 호치민에 동남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인 ‘랜드마크81’ (461.3m)을 건설했다. 그리고 얼마 전 SK그룹이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빈그룹 지분 6.1%를 취득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빈그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자체 브랜드를 적용한 자동차와 스마트폰 생산에 나섰다. 빈그룹의 자회사인 빈패스트(vinFast)는 SUV, 세단 등 2개의 고유모델을 공개하고 2019년부터 양산 및 판매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빈스마트(VinSmart)에서는 베트남 최초의 스마트폰인 ‘Vsmart’를 발매했다. 이런 빈그룹이 내세운 기치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베트남도 할 수 있다’와 ‘미래 베트남의 청년들을 위해서’이다. 마치 우리가 처음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때, 휴대전화 산업을 육성할 때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베트남의 이러한 새로운 도전은 결코 그냥 무심코 지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1970년대 후반, 당시 미국은 우리의 자동차 산업 진출을 막으려고 했다. 먼 미래 미국 자동차 산업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빈그룹이 출시한 자동차와 휴대전화의 완성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기사가 이어진다. 과거 중국의 그것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 우리는 왜 이런 기사들을 볼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빈그룹의 도전에서 과거 우리 포니와 애니콜의 향수가 묻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우리의 성공에 대한 추억은 이제 베트남의 현실로 바뀌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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