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술과 개발이 만들어낸 편의 속에서 삶을 살고 있지만, 동시에 기술의 발전과 개발의 확대는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래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기업들이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기업들은 환경 보호를 문화적 지원과 연결 짓는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환경 보호와 문화 지원이라는 기업의 두 가지 사회적 책임을 절묘하게 연결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리투아니아의 루벤 그룹이다.
얼마 전까지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는 필자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 미술계에서 리투아니아는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미술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결과다.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한 리투아니아관의 전시 ‘태양과 바다’는 전시장 내에 인공해변을 연출한 뒤 20여명의 배우들이 하루 종일 휴양객을 연기하는 작품이다. 오페라 음악이 들리고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른다. 남녀노소의 배우들은 해변에서 책을 읽고, 아이들은 공놀이를 하고 개를 끌고 산책을 하며 평화롭다. 관람객들은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보며 해변의 휴양객들을 감상하게 된다. 이 작품은 생태와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재앙을 경고하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휴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연스러운 물음을 갖게 된다. 무거운 주제를 기발한 발상으로 풀어낸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상설 국가관이 없어 본 전시장에서 한참 떨어진 장소에 건물을 임대해 전시장을 겨우 꾸렸지만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최대의 이변, 최고의 인기관으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리투아니아관이 국격까지 높이는 예술의 힘을 보여준 데는 메인 스폰서 역할을 도맡은 루벤 그룹의 역할이 컸다.
금융, 기획, 법률, 기금관리 등의 통합 비즈니스를 제공하는 루벤 그룹은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루벤예술재단을 설립해 18세기 말부터의 리투아니아 작가들의 작품과 다양한 국제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해왔다. 또한 지속적인 예술출판사업과 함께 빼앗긴 리투아니아 작품들을 환수하는 사업에도 힘써왔다.
마침 필자는 이 재단과 협업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 이번 비엔날레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재단의 디렉터인 우그네 부진스카이테는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리투아니아 파빌리온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게 되어 리투아니아인으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