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경찰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수사로 여당에 대한 줄소환을 시작하며 자유한국당을 압박하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16일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며 소환조사에 결코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앞서 1979년 박정희 정부 말기 정치탄압으로 인해 헌정사상 초유로 국회의원직이 제명된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을 그대로 인용, 대규모 의원직 상실 위기를 맞은 현재 한국당의 상황을 빗댄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이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여야 충돌로 고소·고발된 국회의원들이 줄소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야당을 겁박하고 있다"면서 "여당은 사실상 면담에 가까운 조사에 응하면서 정권의 야당 탄압을 부추기고 응원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패스트트랙 사태로 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맞고발된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는 경찰의 조사 강도가 낮다는 주장이다. 그는 그러면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듯이 아무리 협박하고 짓밟아도 새벽이 올 때까지 한국당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저희로서는 경찰소환 조사가 계속적인 야당 탄압이라고 본다"라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감금한 혐의로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은 지난주 경찰의 1차소환에 불응했다. 반면 이날부터 소환조사를 받는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자신의 소환 사실을 사전에 공지까지 하면서 적극 임하는 모습이다. 실제 이날 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각각 국회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한 문자메시지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환 소식을 알린 후 경찰에 출석해 조사에 응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 응하면서도 한국당을 저격했다. 백 의원은 "실질적인 피해자인 제가 여기 이 자리에 선 것이 너무나도 황당하다"고 했고 윤소하 의원은 "폭력과 회의방해를 주도한 나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는 물론이고 한국당 의원들도 자진 출두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사태로 인한 전체 피고발인수는 121명이고 그중 국회의원이 109명에 달한다. 소속 정당 별로는 자유한국당 59명, 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 여야 충돌의 시발점이 된 바른미래당의 불법 사·보임 절차와 이른바 빠루·해머 사건부터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받고 있는 혐의 대부분이 회의 방해 등 국회선진화법 위반이 인정되면 500만원 이상 벌금형만 받아도 향후 5년 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인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단순 공동폭행 혐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