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임현빈 기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철탑 농성이 30일째를 맞은 가운데 노사의 협상이 열렸지만 큰 성과없이 끝났다. 현대차 사측과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15일 오후 2시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제11차 특별협의를 진행했다. 이는 현대차 비정규직(사내하청) 출신 해고자 최병승씨(38)와 비정규직 노조 울산지회 사무국장 천의봉씨(31)등 2명이 지난달 지난 17일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에 있는 송전탑에 올라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3대 요구안 먼저 관철 예정 ‘실무협의체’ 구성키로

최씨와 천 사무국장 이외에도 철탑 아래에는 비정규직 노조 집행부와 해고자 등 50여명이 지원 농성을 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조는 공장별 파업과 휴일 특근 거부, 촛불문화제 등을 진행하면서 철탑농성자들과 함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이번 특별협의에는 현대차, 현대차 노조, 하청 노조, 사내 하도급 업체 대표, 금속노조 등이 참석했다.정규직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사측에 ▲대법원 승소자 최병승씨 정규직 전환 ▲지회 조합원을 우선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불법파견 투쟁 해고자 복직 등 3개 요구안을 내놨으며, 비정규직 노조는 ▲회사의 불법파견 인정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 ▲비정규직 대상 고소·고발·징계 철회 ▲비정규직 사용금지 등 6개 안을 냈다.특히 두 노조는 비정규직 노조가 제시한 6대 요구안을 중심으로 정규직 노조가 낸 3대 요구안을 먼저 관철시키자는 방향에 합의했다.사 측은 원활한 특별교섭을 위해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지난 8일 열린 10차 특별협의에서 이견만 확인한 채 30분만에 끝난 것보다는 진일보된 모습이다.하지만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이날 특별협의 역시 실무협의체 구성에만 합의하고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차기 교섭일도 정해지지 않았다.이에 대해 사 측은 “실무자협의를 거치면 좀 더 진취적인 협상안 들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당장은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해 협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특별협의의 본교섭 진행은 시간만 끄는 꼴이라고 판단했다”며 “실무자 협의에서도 불법파견 금지와 정규직 전환이라는 원칙적 요구는 이어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현대차와 직접 근로 관계 성립됐다”

한편 철탑 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씨는 ‘실질적인 고용주인 현대차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승소했다.당시 재판부는 “최씨가 사내 하청 업체에 고용된 뒤 현대차에 파견돼 직접 노무 지휘를 받는 ‘파견 근로자’ 위치에 있었으므로 파견 이후 2년이 지난 때(2004년)부터 현대차와 직접 근로 관계가 성립됐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 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인 현대차가 부당해고했다’며 최씨에 대한 원직 복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현대차 사측은 이를 따르지 않고 지난 6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큰 논란이 됐었다.

박현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최병승씨의 재고용과 함께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