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구독경제’가 성장하고 있다. 구독경제란 정기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말한다. 업체 입장에서는 충성고객 확보를 통해 정기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좋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어차피 사야 할 생필품이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확보할 수 있어 편하다는 장점이 크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수, 화장지 등 과거 생필품에 머물렀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화장품부터 와이셔츠, 술, 반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매일 새벽 정해진 시간에 신문이 자동으로 배달되는 것처럼, 정기구독 서비스도 지정한 날짜 혹은 시간에 주기적으로 상품이 도착한다.
국내서는 이커머스 업계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이베이코리아는 2017년 4월 유료 멤버스 서비스(스마일클럽)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연회비 3만원을 납부하면 매달 할인쿠폰을 지급하고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일클럽 가입자는 150만명 정도다.
쿠팡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서비스(로켓와우클럽)도 스마일클럽과 유사하다. 매달 2900원을 내면 무료배송·무료반품 혜택과 익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켓와우클럽 회원에게만 전용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쿠팡은 170만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밖에도 위메프(특가클럽)·티몬(슈퍼세이브) 등 이커머스업계가 줄줄이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운영중이다.
최근에는 유통 대기업까지 구독경제에 관심을 보이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례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프리미엄 티 브랜드 '오설록'은 이달들어 차(tea) 정기구독 서비스 '다다일상'을 론칭했다. 또한 △CJ오쇼핑은 지난 5월 홈쇼핑업계 최초로 생리대 정기배송 사업을 시작했고 △현대홈쇼핑도 실내 인테리어용 그림을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핀즐)를 선보인 바 있다.
이 밖에도 구독경제는 생필품 분야를 넘어 점차 다양화·세밀화 되고 있다. 이유식은 물론 캡슐커피, 와이셔츠, 마스크팩, 면도기, 반찬 등도 정기 구독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이유식은 베베쿡, 풀무원 베이비밀 등이 경쟁하고 있으며 반찬과 밀키트는 동원홈푸드의 ‘더반찬’, CJ제일제당의 ‘쿠킷’, 한국야쿠르트의 ‘하이프레시’ 등을 필두로 식품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관련 업체들이 일제히 구독경제 서비스에 뛰어드는 이유는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기적 수익을 담보하고 예측할 수 있어서다. 구독경제 서비스를 시행할 경우 소비자가 경쟁사 서비스는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도 크다. 특히 20~30대 젊은 연령층이 소유보다는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고 공유하려는 현상이 성장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향후 구독경제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스위스의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구독경제 시장은 지난 2015년 약 470조원에서 오는 2020년 약 59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구독경제는 업계 필수 사업 모델중 하나로 떠올랐다”면서 “구독경제도 과거 할인 혜택에 정기배송만 하던 과거와는 달리 큐레이션 서비스를 더하거나 사용한 물건을 재수거 하는 등 소비자 편의적 측면에서 점차 다양하고 고도화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