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떠밀린 합의… ‘상처뿐인 정부조직법 타결’
[매일일보] 47일간의 표류 끝에 17일 결론지어진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상처뿐인 타결’이라는 말로 요약된다.최대 쟁점인 방송 관련 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의 원안에다 민주통합당 요구가 일부 수용되는 형태로 정리되면서 이날 마침내 타결됐다. 이로써 박근혜정부가 본격 출범의 틀을 갖추게 됐으나 역대 최장·최악으로 기록될 이번 협상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큰 후유증을 남겼다.정부조직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은 결국 승자 없는 싸움이었다. 지난 1월 30일 국회에 발의된 이후 30여차례 회동을 가졌지만 타결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4차례나 본회의 처리시한을 넘겼다. 상대가 받을 수 없는 협상안을 제시하며 여론전에 치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선 후에야 결국 '나눠먹기식' 협상으로 타결을 이뤘다.적대적이고 소모적인 협상 과정을 통해 청와대는 물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모두 큰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다. 정권 출범기 새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배려기간인 ‘허니문’ 기간이 송두리째 날아가 향후 청와대와 정치권, 여야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쪽은 박근혜 대통령이란 해석이 많다. 새 정권 출범이라는 국운 상승기를 온통 ‘나쁜 뉴스’로만 흘려보냈기 때문이다.특히 ‘불통’ ‘일방주의’라는 야당의 집요한 공격에 박 대통령 이미지 자체가 적잖이 훼손됐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48%의 국민의 마음을 잡을 기회도 더 멀어졌다는 지적도 있어 향후 보다 적극적인 ‘국민 대통합’ 행보가 요구된다.박 대통령이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국회존중 대통령’과 거리가 멀었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지 않아 여당에서조차 비판을 받았다. 여야 대치 과정에서 여당 지도부에게 협상의 여지를 던져주지 못했다. 대국민담화를 통해 야당을 압박하는 모습은 향후 대야 관계에서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헛껍데기’ 지도부임이 드러난 여당의 손실도 만만찮다. 원내 제1당으로서의 정국 돌파력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야당은 물론 청와대와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거셌다. 당 주변에서는 이번 일이 잠잠했던 친이명박계를 비롯한 비주류가 반기를 들 빌미가 될 것이란 경고가 들린다.이번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꼭두각시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대통령의 입장만 옹호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협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당 지도부는 급기야 ‘국회선진화법’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눈치만 보고 있다”며 내분 양상을 보였다.행정안전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각 부처 직제 개편안이 이번 주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즉각 후속조치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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