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사태 장기화시 경제피해도 천문학적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스위스 제네바 소재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선언하면서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도 더욱 증폭되고 있다. 우리 경제도 올해 1%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악 경우 세계 GDP 10% 손실 우려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이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파와 관련해 최근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코로나19 글로벌 거시경제 영향’ 보고서에서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적게는 2조3300억 달러에서 많게는 9조1700억 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지난해 세계 GDP(88조 달러)의 10%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의 ‘글로벌 인사이트’ 보고서에서는 세계 GDP 감소치를 2조6810억 달러 정도로 추산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최소 추정치와 비슷한 규모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WB) 협업으로 지난해 나온 보고서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GDP의 2.2∼4.8%가 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추산과 비슷한 규모다.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보다 낮은 1.3% 수준으로 봤다.
연구기관마다 차이가 나는 것은 코로나19의 확산 수준이나 치명률,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전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브루킹스연구소는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최소 1518만8000명에서 최대 6834만7000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코로나19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한 중국은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인터넷 데이터센터 건설 등 신(新)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이제 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을 맞이하고 있어 세계경제의 앞날을 쉽게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글로벌 가치사슬 붕괴...한국경제 치명타
한국경제의 앞날에 대한 전망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2%선을 사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한국의 성장률을 기존 1.8%에서 1.6%로, 노무라증권은 1.8%에서 1.4%로, JP모건은 2.3%에서 1.9%로, 무디스는 1.9%에서 1.4%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1%에서 1.1%까지 낮췄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2.2%에서 1.4%까지 하향조정하며 “코로나19에서 촉발된 불확실성 증대가 소비자와 기업 심리를 흔들면서 소비와 투자 증가율이 각각 1.4%, 1.1%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속출하는 것은 한국경제가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선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단기간에 끝날 수 없다는 전망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가치사슬에 엮어있는 한국으로서는 장기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은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생산능력에 타격을 입은 상태라 회복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에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적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중국경제의 회복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최소한 상반기 수출 악화가 예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