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우 전 자유한국당 인천 서구갑 당협위원장
[매일일보] 구태의연하고 무능과 무기력, 무책임한 관료주의 황교안 대표의 진면목을 봤다. 그리고 노쇠(老衰)해져 가는 정치인의 말로(末路)도 목도했다. 미래통합당 공천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하겠다는 황 대표의 말을 신뢰했다. 20대 ‘공천학살’을 비난하며 “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독주에 몸을 던진 적이 있냐”라며 등장한 김형오 전 의장의 비장한 애국심에 용기가 솟구쳐 올랐다. 그러나 ‘혹시’나가 ‘역시’나로 막을 내리고 있다. 좌파, 탄핵세력에 이은 ‘황교안, 김형오 키즈 공천’이 나돌면서 불공정, 막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참신한 인재와 감동은 없고 분열과 실망만 남았다. 선거일은 코앞인데 김 위원장은 물론이고 황 대표까지 퇴진 및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보수대통합이라는 허울 속에 감춰진 오만과 편견, 그리고 권력독점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공천 학살’이다. 탐욕이 점철된 결과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애국 운동 및 문 정권 실정에 싸웠거나, 당에 충성하고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탄핵에 반대했던 ‘세력’ 제거로 귀결되는 형국이어서 결국 탄핵 주축 세력에다 좌파 인사까지 끌어들이면서 중도 내지는 중도좌파 당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중도 지향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 정권을 위해 싸워온 사람은 내치고 그 자리에 자기 사람이나 문 정권을 불러오게 했던 사람들을 앉히면서 그것이 마치 보수대통합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씌웠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번 공천을 지켜보면서 보수의 가치와 이념을 추구하는 당이 아니라 중도 내지는 중도좌파로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총선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느냐 아니면 사회주의로 가느냐는 마지막 선거가 될지도 모를 중차대한 선거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한 사람의 자리를 만드는 공천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규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자행되고 있는 공천은 문 정권의 사회주의 정부, 좌익 정부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쳐내고 오히려 문 정권을 불러오게 만들었던 배신, 구태 사람들만 포진하는 형국이다.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함께 가라”는 충정과 애끓는 박 전 대통령의 피맺힌 옥중서신마저 배척한 좌파, 탄핵일당 위주의 공천은 정치 뒷거래가 만들어 낸 오만과 독선의 극치다.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미래통합당이 오히려 정권을 되찾아 올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꼴이 될 것은 자명하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공적(公敵)이요 보수우파 진영의 역사적 중죄인을 자처하는 꼴이 아닌가.
이처럼 김형오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에 불복한 후보들이 전국에서 들고 일어나고 있다. 재심청구는 줄을 잇고 있고 무소속 출마도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뒤늦게 황 대표가 불공정 하게 진행된 일부분 지역구에 대한 재의 요구를 했다고 하지만 그동안 보여 왔던 성품과 리더십으로 봐서는 강력한 메시지 전달이라기보다는 회피, 면피성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다. 논란 불식차원에서 처리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아무튼 이번 공천은 기준이 없다. 현직 및 당협위원장들에 대한 의정활동 및 당무감사 실적 평가도 아니고, 당선 가능성이나 혁신·개혁성도 아니다. 당 기여도 아닌데다 그렇다고 청년 여성 참여 확대도 아니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한 인적쇄신도 아니다. 그저 잘 관리되고 있는 지역구에 좌파 인사를 내리꽂는가 하면 자기 사람, 나눠먹기 후보를 끼워놓고 면접도 보지 않은 사람을 경선에 투입하는 등 그야말로 자의적 공천 기준으로 횡포를 부렸다. 그래서 정치계에서는 민주주의 근본가치를 망치는 파당정치로 희귀했다고 지적한다.
실제 이번 공천은 권력에 안주한 결과로써 결코 공평하고 공정한 절차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문 정권보다 더 무서운 세력이 보수당에 잠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계파를 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친박’은 안 되고 ‘좌파’는 된다. 문 정권을 불러들인 탄핵 세력 유승민, 안철수, 이언주 계와는 나눠먹기가 가능하고, 소위 애국 세력과는 지분 논의 할 수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앞장 선 사람은 되고, 당론에 의해 페스트트랙을 위해 온 몸을 던진 사람은 안 된다. 문 정권 실정에 투쟁했던 사람은 안 되고 문 정권을 위해 공을 쌓았던 사람은 된다. 그런데다, 낙하산 공천은 물론이고 지역에서 컷오프 대상자를 다른 지역으로 밀어 넣고 ‘돌려막기’ 등 그야말로 고민 없는 단수·전략공천을 서슴지 않게 일삼아 왔다. 그러나 정작 당이 어렵고 힘들 때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헌신했던 상당수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경선의 기회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설상가상 내정된 전략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할지라도 당 대표의 지시에 따라 비바람과 눈보라를 뚫고 오직 당을 위하고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원외 위원장들에게 경선이라는 최소한의 기회를 줬어야했다. 그렇게라도 했으면 위안은 둘째치고라도 그 누구보다 총선 승리에 기여를 했을 것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