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사람 간 접촉이 뜸해지고 있다. 사람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역설적으로 회색빛 베이징 하늘에 푸른빛이 감돌고 베네치아 수로는 강바닥이 드러나 물고기가 돌아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방역에 차도를 보이며 생활방역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진정이 되는 분위기지만, 코로나19의 전염성을 생각하면 언제든 다시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는 과거와 다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곧 과거의 대면 시대에서 비대면 시대로의 빠른 전환을 의미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코로나 이전에도 온라인 시대가 도래하며 대형마트의 폐쇄와 함께 SNS를 통한 온라인 사회를 접하고 있다.
물론 비대면으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고사성어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람의 대화는 글로 전달될 경우 오해를 사기 쉽다. 이는 사람을 평가할 때 손짓과 표정 등 모든 행동이 평가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한 번 만남보다 여러 번 만나는 것이 신뢰를 쌓기 쉬운 것도 반복된 만남에서 그 사람에 대한 신뢰를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업의 중요한 영업은 대면 시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과거의 답습이 신뢰를 깰 수도 있다. 구세대의 회식 문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전히 회식은 부서 내 친근감 형성과 화합의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미 세대 간 간극은 지금의 사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와 여전히 퇴근 후 한잔을 외치는 상사들 간의 생각의 차이는 코로나 이후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 시대에서 신뢰를 쌓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대면을 통한 신뢰 구축은 여전히 효율성 면에서 최고의 방법이지만, 비대면의 시대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을 먼저 터득하는 쪽이 생존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올 수 있다. 과거의 답습을 버리지 못하는 직장인이나 기업은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시대에서 빠르게 도태될 수도 있다.
코로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상황에 맞는 신뢰 형성 방법을 찾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성행하면서 기자와 취재원, 혹은 기업홍보와의 잦은 만남이 대폭 줄어들면서 실제 마음속 거리마저 멀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유선상으로는 오랜 대화도 속마음도 터놓지 못하는 만큼 취재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는 모든 새로운 만남에 해당된다.
이번 총선의 경우 코로나 영향으로 역대급 깜깜이 선거가 펼쳐졌다. 수많은 후보와 정당이 난립했지만, 정작 많은 이들이 정당 순번과 색깔만 보고 표를 찍지 않았나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뉴스에서 화제가 된 조국 등의 사건에는 그렇게 열을 올리던 이들이 과연 자기 구와 시도의 국회의원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을까?
결국 앞으로의 시대는 홍수와 같은 정보 속에서 나만이 갖는 정보를 얼마나 구축할 수 있느냐가 생존할 수 있느냐로 직결될 것이다. 나만의 정보란 곧 사람 간 신뢰를 의미하기도 한다. 비대면이 일반화되는 시대에서 남에게 나의 신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