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당장 내일이라도 치료제로 승인하겠다”
WHO, 렘데시비르 임상결과와 사용에 ‘긍정’
韓, 타미플루같은 방역효과 없을 것으로 판단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1순위로 평가받고 있는 렘데시비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EUA)을 받으면서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 타이틀을 거머쥘 것이 유력해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부작용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기 때문에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6일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FDA 긴급승인과 함께 코로나19에 고전하고 있는 나라들이 렘데시비르를 하루 빨리 사용하기 위한 행정절차에 착수했다. 특히 일본정부는 렘데시비르를 자국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당장 내일부로 치료제로써 승인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후생노동상은 지난 5일 오후 후지TV에 출연해 “후생성 약사·식품위생심의회가 오는 7일 개최될 예정”이라며 “심의회의에서 양해를 받을 수 있다면 신속히 승인하겠다”고 답했다.
일본의 경우 의약품·의료기기를 제조·판매할 때 유효성 및 안전성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통상 1년이 걸린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FDA가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치료 효능과 관련해 중증 환자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함에 따라 이를 근거로 국내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특례승인’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렘데시비르 사용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이 화상 언론 브리핑을 통해 “렘데시비르에 대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최근 임상시험 결과를 환영한다”며 “그 약물의 잠재적인 사용에 대한 희망의 신호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렘데시비르 제조사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약품 투여 10일 후 1차 평가지표인 회복 시간(Time to recovery)을 위약군과 비교한 ‘예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결과에 따르면 렘데르시비르를 투여받은 환자의 회복 시간 중간값은 11일,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의 회복 시간 중간값은 15일로 나타났다. 렘데시비르 투여군의 회복 시간이 31% 더 빠르게 나타난 셈이다.
리어드사이언스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현지시간) 렘데시비르를 며칠 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투약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 CBS방송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한 대니얼 오데이 길리어드 CEO는 “미국 전역에 있는 가장 위급한 환자들에게 배급하는 데 확고한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정부와 협업해 어느 도시가 가장 취약한지, 어디에 있는 환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지를 정한 뒤 다음 주 초반에 환자들에게 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앞서 오데이 CEO는 초기 공급분인 150만병 전량을 미국 보건당국에 기부했다. 이는 치료 기간에 따라 10만~20만명을 치료할 수 있는 물량이다. 그는 “인류의 고통과 필요성을 알기에 그렇게 진행한 것”이라며 “환자들에게 투약되는 데 방해가 될 요소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2018년까지 에볼라바이러스 치료로써 구조적인 용도로 사용된 렘데시비르가 당시 2상 임상시험 개발 단계에서 복합적인 부작용과 효과 입증에 실패한 것을 들며 확대해석을 경고했다.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에 발표된 렘데시비르 중국 임상시험에서도 초기 치료 환자에 렘데시비르가 위약군 대비 환자 회복기간 단축 경향성을 보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렘데시비르군과 위약군과의 효과 차이가 없었다.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증상 개선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다.
일단 국내 보건당국은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렘데시비르는 중증환자로 사용이 한정돼 있고 입원기간을 줄이거나 치명률을 낮추는 부분을 기대한다”면서도 “신종플루 유행 당시 타미플루처럼 초기 모든 환자에게 투약 가능해 전파력을 낮추는 등 방역대책 의미는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권 부본부장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치료가이드라인에서 항바이러스제 중 유효하다고 권고하는 약제는 사실상 없다”며 “국내도 임상시험에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고, 곧 국내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