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정부·시장 기대에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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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정부·시장 기대에 엇박자
  • 강준호 기자
  • 승인 2013.04.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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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6개월째 동결...총액한도대출로 측면 지원
[매일일보]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이하 한은)가 11일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 극대화를 위한 기준금리 인하 요구를 거부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6개월째 연 2.75%로 동결하면서 정부와 엇박자를 낸 것이다.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17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안까지 편성하고 나서는 한편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금리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까지 했다.
추경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기준금리를 인하해 통화량을 늘리면 경기를 부양하는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정부는 봤기 때문이다.금융전문가들도 금리인하를 기대했었다. 금통위에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20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57.9%는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답했다.이는 한은이 이날 발표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당·정·청이 금리인하를 공개적으로 촉구했기 때문이다.또 김중수 한은 총재도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정책조합(Policy Mix)'을 강조하면서 통화당국과 재정당국과 정책공조를 역설했던 터다.하지만 정부와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기준금리는 동결로 끝났다.동결 배경에는 미약하게나마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던 김 총재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총재는 수차례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 '자산 버블(거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또 경제회복 같은 단기목표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문제까지 적절히 조화를 이뤄 처리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책무라고 강조해왔다.이 같은 기존 입장을 번복할 경우 스스로 경기 진단을 잘못했음을 시인하는 것이어서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금리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는 점도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한은은 4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금리 인하 후 그 효과가 적어도 2분기 시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작년 7월 이후 금리 인하 분(0.50%p)은 당해 연도보다 올해 경제 성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현재의 금리 인하는 내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경기 상황이 이전에 한은 금통위가 동결 결정을 내릴 때와 비교해서 크게 악화됐다고 볼 수 없다"며 "특히 시차를 두고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는 통화정책보다는 대출환경을 더 만들어 경기부양을 이끄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한은이 금리인하는 거부했으나 경기부양에 올인하는 정부를 측면지원하겠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한은은 총액한도대출을 3조원 늘리기로 했다. 우수기술을 보유한 업력 7년 이내의 창업기업 지원을 위해 기술형 창업지원한도(3조원)을 신설했다. 이로써 현재 9조원인 총액한도대출의 총 한도액은 12조원으로 늘어나게 됐다.다만 총액한도대출을 3조원 늘려도 그 효과는 기준금리 인하만큼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의 섭섭함을 달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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