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대형 유통업체들이 경쟁사와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예민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는 인천터미널을 두고 충돌 중이다.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롯데그룹의 인천터미널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는 롯데인천개발이 인천터미널을 인수해 인천·부천지역 백화점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점포매각 등 시정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롯데는 2017년까지 인천·부천 내 백화점 점포 세 곳(인천점·부평점·중동점) 중 인천점을 포함한 두 곳을 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롯데는 이번 공정위의 시정 조치가 인수 자체나 매출에 타격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내려진 만큼 손해를 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신세계는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의 롯데 기업결합 심사는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공정위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공정위가 내놓은 시정조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명했다.

당초 신세계는 인천터미널 부지와 건물 매입 계약 과정에서 인천시가 롯데에게 특혜를 줬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바로 항고했다.

신세계는 앞으로 인천시와 롯데 간 매매계약 무효 확인과 이전등기 말소 등을 비롯한 본안 소송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앞서 롯데마트도 지난달 이마트 연신내점이 발행한 행사용 전단에 대해 롯데마트 전용 브랜드인 ‘통큰 서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전단에는 '신선식품 일자별 통큰 세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에 롯데마트는 이마트가 전단에 ‘통큰’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롯데마트 소유의 ‘통큰 서체’를 그대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통큰 브랜드는 지난 2011년 롯데마트가 별도로 상표출원해 독점 사용권을 얻은 것으로 당시 롯데마트는 브랜드 홍보를 위해 전용 서체인 '통큰체'까지 개발했다.

롯데마트는 '통큰'을 사용한 동네 마트가 이마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공식대응은 하지 않고 일단락됐다.

홈쇼핑업계이 양대산맥인 CJ오쇼핑과 GS홈쇼핑도 기싸움이 팽팽하다. 국내 홈쇼핑 업계 상위 업체인 양사는 지난해 매출 발표가 시작되자 선두 자리를 놓고 자사가 업계 1위라며 사소한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이후 양사의 신경전은 소셜커머스 영업 방식을 두고 법정 공방으로까지 치달을 뻔 했다.

CJ오쇼핑은 GS홈쇼핑의 ‘쇼킹 10’이 자사 소셜커머스 ‘'O'CLOCK’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GS홈쇼핑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1일 취하했다.

최근에는 침구류의 디자인권을 두고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다툼은 CJ오쇼핑의 침구류 PB브랜드를 디자인하는 A씨 측이 GS홈쇼핑 측이 자신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며 경고장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발끈한 GS홈쇼핑과 B씨 측은 특허심판원에 문제의 침구가 A씨가 등록한 디자인 범위에 있는 것인지 공식 확인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두 디자인의 전체적인 형상과 모양이 유사하지 않다며 결국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사들의 첨예한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며 “특허침해나 경쟁사에 대한 비방 등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법정 공방으로 치닫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경쟁사와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면서 자존심 싸움이 갈수록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