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7%’ 비중의 중국 반도체 수출 시장 경고음
6월 반도체 수출 -4.7%…지난해 메모리 -30.4%
중국 제조2025, 장기적 위협…“초격차 기술이 살길”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우리나라 반도체가 중국 수출 시장에서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최대 수출국 중국에서 경쟁력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에서 반도체 수출은 50억8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4.7% 감소했다.
반도체 중국 수출 감소가 한국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63.7%다. 이 중 수출이 33%, 수입이 30.7%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17.3%다. 이는 2~4위인 자동차(7.9%), 석유제품(7.5%), 자동차부품(4.2%)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치다.
중국 시장은 반도체 전체 수출에서 절반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다. 관세청 5월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반도체 전체 수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6.7%다. 2위 베트남(8.5%)과 3위 미국(8.3%), 4위 대만(5.3%) 등을 다 합쳐도 중국 시장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 수출이 줄어들자 지난달 반도체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0.5% 감소했다. 반도체 미국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42.4%나 급증했지만 중국에서의 부진이 컸다.
문제는 우리 반도체의 중국 시장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중국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이 전년보다 30.4% 감소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품목으로 중국 전체 수출의 25.6%를 차지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중국 수출은 전년보다 16% 줄었다.
뼈아픈 점은 우리나라 반도체가 잃어버린 점유율을 아세안(ASEAN) 국가들과 대만이 고스란히 가져갔다는 것이다. 대외연은 “대중국 전자 부품 수출시장은 대만과 아세안에 의해 잠식되고 있다”며 “한국이 상실한 시장을 이들이 대체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반도체 굴기도 장기적 위험요소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을 국가적 목표로 내세우며 대대적 투자에 나서는 중이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5%라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한 상태다. 니혼게이자신문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들어 약 1440억위안(2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조달액(약 640억위안)의 2.2배 수준이다. 6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투자액보다 2배를 초과한 것이다.
이러한 천문학적 투자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양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국가별 반도체 생산능력 부문에서 현재 4위인 중국이 올해 안으로 3위, 2022년에는 2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기술력 부문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실제 중국 업체들은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면서도 실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적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중국을 대체할 반도체 수출 시장이 없기에 아직 중국 시장은 놓칠 수 없다”며 “수출 다변화는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하지만 현재는 기술력 격차를 벌려 중국에서의 경쟁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