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미국의 폭격기 6대가 한미연합훈련 시작에 맞춰 동시에 한반도 인근에 출격한 가운데 러시아 군용기 6대도 동해상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기는 전날 오전 20분가량 독도 동해상 인근 카디즈 내 한일 방공 중첩구역을 따라 남하하다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으로 빠져나갔다. 전날 러시아 국방부 공보실은 투폴레프-95 전략 폭격기 2대가 동해와 태평양 북서부 공해 상공에서 정례 비행을 했다고 밝혔는데 카디즈 진입도 이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투폴레프-95 폭격기는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다. 최대 이륙 중량 200t급으로 미국의 B-52 폭격기와 유사한 규모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투폴레프-95는 한국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바 있다. 러시아는 국가별 임의 설정 구역인 방공식별구역(ADIZ)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러시아군 항공기는 동해에서 카디즈와 자디즈를 넘나든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중국 군용기와 동해에서 합동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이에 KF-16 전투기가 경고사격을 하는 등 일촉즉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침범에 우리 군은 즉각 대응 조치에 나섰다. 카디즈 진입 시 군 당국은 통상 F-15K, F-16K 등을 출격시켜 대응비행을 한다. 군 관계자는 “우리 전투기가 긴급 출격해 차단기동과 함께 경고방송을 하는 등 정상적인 전술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상 인근을 비행한 것은 지난 17일 미군의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 4대와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2대 등 6대의 폭격기가 대한해협과 일본 인근 상공을 비행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앞서 B-12 2대는 미국 텍사스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다른 2대는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했고 B-2는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에서 출발해 일본 근해까지 비행했다. 특히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1B 2대는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15J 전투기와 연합훈련을 했고 이때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기지에 있던 F-15C 전투기 4대와 F-35B,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항모타격탄 F/A18 수퍼호넷 전투기도 참여했다. 이에 대해 미국 공군은 “이번 임무는 언제, 어디서든 전 지구적으로 전투사령부 지휘관에게 치명적이고, 준비된 장거리 공격 옵션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