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경기 침체 장기화로 지난해 한국 국민의 가계 빚이 11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집주인이 주택을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금을 다 갚지 못하는 ‘깡통 주택’을 의미하는 담보가치인정비율(LTV) 80% 이상 대출도 3조원을 넘어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빨간등이 켜졌다.15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실질 가계부채는 1098조5000억원으로 전년이 1046조4000억원보다 52조1000억원이 급증했다.실질 가계부채란 한국은행이 추출해낸 가계부채인 가계신용과 이에 포함되지 않은 영세자영업자나 종교단체 등 소규모 개인기업 대출 등을 합산한 수치다. 가계 신용은 대출이나 외상 구매를 합한 것이다.지난해 실질 가계부채는 가계신용이 959조4000억원, 소규모 개인기업 대출 등이 139조1000억원이었다. 2011년의 911조9000억원과 134조5000억원에 비해 모두 늘었다.2000년대 초반 600조원 수준이던 실질 가계부채가 10여년 만에 두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가계부채의 질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주택 경기 부진에 소득 증가세마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3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78%로 지난해 말보다 0.09%포인트 높아졌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0.07%포인트 상승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비율은 0.72%로 지난해 말보다 0.07%포인트 올라갔다.정부의 4·1 부동산 대책에도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하우스푸어도 가계대출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하우스푸어란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나 과다한 원리금상환 부담으로 생활고를 겪는 가구를 말한다.지난해 9월 말 기준 LTV가 80% 이상인 대출이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월의 2조9000억원에 비해 3000억원 늘었다. 이런 ‘깡통 주택’에 사는 가구만 4만여 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지난해 개인 실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은 136%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최수현 금감원장은 최근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상환 구조 등을 바꾸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은 LTV가 높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은행이 추가로 대손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등 가계 부채 연착륙에 온 힘을 다할 방침이다. 가계 대출 증가율도 경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4% 이내에서 막을 계획이다.하우스푸어 구제를 위해 내달부터 집값이 폭락하더라도 기존 LTV를 그대로 적용하고 3개월 이상 주택담보대출 연체자에 대해서도 채무 연착륙을 유도한다.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을 현재 10%대 수준에서 올해 말 2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