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주력 산업, 한국 기업들 대부분 피해
철강, 가전제품 등 대부분 관세와 쿼터로 수출 제한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혼선을 보이는 가운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짐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자국 우선주의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만큼 해당 부문의 정책이 오히려 국내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전기차, 수소 산업, 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건설, IT 등의 산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년 전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를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하게 여겼던 자동차, 철강 등의 산업의 경우 오히려 국내 기업에 큰 피해가 있었다.
양자 간 FTA보다 보호무역주의를 선호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까지 발동시키며, 철강, 가전제품 등에 관세를 매겼다. 자동차 부문은 큰 피해 없이 무마됐지만 한미 FTA에서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당시 자동차 부문은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높지만, 현지 생산 비중이 낮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2015년 기준 미국 판매 중 현지 생산 비중은 각각 70%와 36%였다. 미국 시장 평균인 79%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현대차가 고급차 시장 공략을 위해 출시한 제네시스 G90·80은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수출되고 있었다.
현대‧기아차 외에도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역시 미국 수출 비중이 매우 높아 당시 한국 정부는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과의 FTA 수정협상에서 끌려다녀야 했다.
자동차는 무사히 넘길 수 있었지만 철강제품과 세탁기 등 일부 가전제품은 관세 직격탄을 맞아야 했다.
세탁기 수출의 경우 120만대를 넘는 물량에 대해 첫해 50%의 관세를 부과했고 다음해부터 순차적으로 45~40%가 차등 적용됐다. 또 쿼터 내 물량도 첫해 2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철강제품 역시 최대 60%의 관세와 함께 쿼터제로 바뀌면서 쿼터 이상의 물량은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은 미국 내 기업에만 수혜가 있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관세 적용 이후 미국 내 세탁기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에너지 분야를 중시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롯데그룹 역시 미국 내 석유화학공장 건설을 위해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한 리쇼어링 정책이 한국 기업엔 한국을 떠나 미국 내 공장을 짓는 오프쇼어링 현상으로 나타난 셈이다.
바이든 후보의 경우 동맹국과의 우호를 중시하지만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바이든 후보가 강조하는 전기차, 수소 산업, 태양광 부문 역시 한국 기업에게 수혜가 아닌 불이익으로 연결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