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매일일보]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연구원장이 “창조경제, 정치가 먼저 달라져야 희망이 있다”며 최근 정치권의 기업에 대한 압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최병일 원장은 31일 전경련 홈페이지 ‘FKI 이코노미 포커스’에 올린 칼럼에서 “한국정치가 창조경제의 기본 틀을 제도화하는 시대적 소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며 “그간의 경험만으로 가늠한다면 그 대답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최 원장은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벤처산업 육성, 지식기반경제, 서비스 산업화 등 집권 초기의 거대구상들은 모두 도상계획에만 머물렀다”며 “기득권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져올 변화를 거부했고 집권세력은 반대세력을 설득할 전략도 과감하게 돌파할 결단력도 없었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정치의 참담한 실패는 골목상권만 과밀포화상태로 치닫게 했고 버젓한 서비스분야 일자리 창출을 요원하게만 했다”고 비판했다.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최 원장의 주장은 경제와 기업을 바꾸려하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것이다.최 원장은 글머리에서 “박근혜정부가 국정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창조경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창조경제론을 접한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라는 말을 떠올렸을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그는 “한국이 이뤄야 하는 창조경제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을 통해 무역주도형 경제에서 무역과 내수가 동시에 견인하는 쌍끌이 경제로 전환하면서 성장-일자리-복지가 연계되는 선순환 균형경제를 정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어 “창조경제를 우리 것으로 만들려면 기업가정신이 마음껏 발현돼야 하는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라며 “그 관건을 정치권이 쥐고 있다”고 정치권의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최 원장은 끝으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구상이 또다시 한국정치의 실패와 마주한다면 한국경제는 풍파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엔진이 꺼져가는 배의 처지와 다름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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