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대기업이 추진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사회공헌에 그치지 않고 수익창출과 연결되고 있다. ESG 경영이 주가관리에 도움을 주는 게 대표적이다.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가 커진 것을 고려하면 주가관리를 위한 ESG 경영의 중요성도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인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는 사업경쟁력 개선과 더불어 환경과 사회적 가치창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지속가능 거버넌스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기존 경영지원실 산하 지속가능경영 사무국을 CEO(최고경영자) 전속 지속가능센터로 격상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확대했다”면서 “사업부 단위 지속가능경영 사무국도 설립해 제품 기획, R&D, 마케팅, AS 등 제품과 서비스에 ESG를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사 차원의 협의기구인 지속가능경영 협의회도 CFO(최고재무책임자) 주관으로 격상시켰다”며 “경영진이 지속가능경영을 높은 우선순위로 반영하도록 해 지속적 혁신을 추구하고 실적개선과 함께 ESG 대응 강화를 통한 지속가능경영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대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ESG 경영을 홍보하는 정도였는데 삼성전자처럼 ESG가 제품에 접목돼 매출과도 연결되는 등 갈수록 수익창출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회사 수익과의 연결성을 강조해온 SK도 ESG 경영의 선도적인 사례다. SK는 계열사의 경영성과를 평가할 때도 ESG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 회장은 공익적 사업이 주 수입원인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활동을 해온 바 있다. SK가 미국 수소업체 플러그파워에 출자하고 액화천연가스(LNG)부터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 계열사들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는 것 역시 ESG를 통한 수익창출과 연결된다. 심지어 SK건설이 폐수처리와 폐기물 소각 등 환경사업을 하는 EMC홀딩스를 인수하고 SK인천석화가 업계 최초의 ‘친환경 탱크 클리닝’을 개발하는 등 환경사업과 거리가 멀었던 계열사들도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사회연대기금, 협력이익공유제를 추진하는 등 ESG 경영 기업에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도 강하다. 이런 기조에 따라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은 영업실적에서 얻는 효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이 저조한 기업에 비해 순이익 및 주가가 급락할 개연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원이 국내 상장기업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ESG 등급이 높은 기업군이 그렇지 않은 기업군에 비해 당기순이익 및 주가 급락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의 상장기업(분석대상 4128건)의 ESG 등급 정보를 활용해 분류한 조사 결과다.
2017 평가연도 기준으로 ESG 통합등급이 우수한 기업군에서 이듬해 당기순이익이 급락한 비중은 13.6%, ESG 통합등급이 저조한 기업군에서는 해당 비중이 각각 21.4%를 기록했다. 또한 2015년부터 사회 및 지배구조 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부여받은 기업군에서 이듬해 주가가 급락한 비중은 저조한 등급을 부여받은 기업군보다 일관되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