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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분명 사람도 한 종류의 동물입니다.
한때는 네 발로 기어 다니며 오로지 먹거리만 찾아 산야를 헤매던 짐승이 어쩌다가 직립 보행을 하게 되어 손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손을 쓸 수 있으니 불(火)을 비롯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어 나름대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가족 중심의 정착생활을 하면서 부모자식과 형제지간의 질서가 성립했을 것이며, 또한 집단의 우두머리에게는 충성과 복종의 자세로 서열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족사회가 형성되면서 부족집단끼리의 이해관계로 충돌이 발생하고, 전쟁과 평화를 거듭하면서 모든 것을 신에 의존하는 신앙심이 생기고 결국은 제사장 중심의 시대가 있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단군신화에서 보이듯이 고대에는 주로 천신을, 백제, 신라, 고려 시대에는 주로 불교를 숭상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억불숭유정책을 내세워 양반계층을 중심으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과 삼강오륜의 성리학적 사상으로 일반 백성을 다스렸다고 봅니다. 이 시기가 유교의 최고 가치인,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조상과 부모에 대한 숭모사상이 가장 높고 왕성했던 시기라 생각합니다. 조선 후기에 들어오면서 서양문물과 더불어 천주교. 개신교 등 새로운 종교가 확산 되면서 반대로 충효와 숭모사상은 그 빛을 점차 잃어가는 안타까운 현실이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우리 조상님들은 음력 정월 초하루와 팔월 추석을 기하여 전 민족이 가족단위로 모여 조상님께 다례를 올리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는 후손들에게 물려주신 참으로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우리 고유의 전통적 고귀한 유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해 우리 서산문화원에서는 젊은 새내기 부모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충효예교실 프로그램을 개설, 한국효문화진흥원에 의뢰하여 충효에 대한 예절교육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물론 젊은 부모들까지 모두 크게 호응하고 좋아하여 앞으로 계속사업으로 추진 해 줄 것을 요청 받은 바 있습니다.
이렇듯 설 명절은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충효사상을 교육하기 좋은 기회입니다만 이번 설은 서글픈 설이 될 것 같습니다.
핵가족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자식들이 성장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제 나름의 생활터전에서 사회생활을 영위해야 되기 때문에 고향에 계신 늙은 부모를 직접 모시지 못하고 또한 조상을 생각할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도 부모님들은 항시 자식들을 위하여 늘 걱정하고 잘되기만을 기원하는 일상의 연속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이번 설날을 맞아 온 가족이 모여 조상을 생각하고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부모자식 모두 기대 하였으나 코로나라는 괴질로 인하여 가족과 만날 수조차 없고 다례도 영상으로 지낼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 부모님들의 말 못하는 상실감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클 것인데 이러한 부모의 심정을 자식들은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특히 홀로 사시는 부모님들에게는 이번 설이 서글픈 설이 되지 않도록 사전에 문안, 방문 드리거나 전화를 통한 정중한 안부 세배라도 올려야 할 것이며, 부모 또한 서운한 생각을 버리고 아들 며느리 손주들에게 일일이 훌륭한 덕담으로 가족 사랑의 모습을 보여 어른으로서의 귀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면면히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훌륭한 전통 설 명절,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조상을 숭모하고 부모님들을 생각하는 좋은 기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산문화원장 편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