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량 리콜… 국토부, 화재 이유 명확히 발표하지 못해
현대차·LG엔솔, 1조원 달하는 비용 부담 문제 놓고 분쟁 불씨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잇달아 화재가 발생한 현대자동차 코나 전기차(EV)의 배터리가 전량 교체된다. 코나 EV 리콜 조치 발표에도 화재 원인이 최종 결론 나지 않아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17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생산된 코나 EV를 비롯해 아이오닉 EV, 일렉시티 버스 등 총 8만1701대를 전세계에서 리콜한다. 국내의 경우 코나 EV 2만5083대, 아이오닉 전기차 1314대, 일렉시티 302대 등 총 2만6699대다. 리콜 관련 총 예상 비용은 1조원 수준에 달한다. 현대차는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분담률을 반영해 최종 품질비용을 산정할 예정이다. 다만 리콜 비용 부담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리콜로 수거된 고전압 배터리 정밀조사와 함께 화재 재현실험 등을 추진해 왔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남경공장에서 초기 생산(2017년 9월~2019년 7월)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내부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화재 재현 실험에서 이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해 실험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가 화재 발생 이유를 명확히 발표하지 못하면서 논란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토부 발표대로 재현 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배터리 셀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게다가 지난해 3월부터 무상수리에 들어간 코나 EV BMS 업데이트 때 BMS 충전맵 로직 오적용이 확인됐다. 당시 BMS 업데이트 과정에서 고속 충전 시 충전 속도를 빠르게 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리튬 부산물 석출(挥发)을 촉진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충전맵 로직 오적용과 정상 적용 간의 유의미한 차이를 판단하기 어려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토부의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남경 현대차 전용 생산라인들의 양산 초기 문제로 이미 개선사항은 적용됐다”며 “현대차의 BMS 충전맵 오적용의 경우 당사가 제안한 급속충전 로직을 현대차에서 BMS에 잘못 적용한 것을 확인했다.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관련 기관과 협조해 추가적으로 확인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차는 국토부의 발표를 토대로 화재 주요 원인이 배터리 결함이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현대차가 BMS 업데이트를 실시하기 전 이미 9건의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충전맵 오적용을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코나 EV는 2018년 출시 이후 국내 11건, 해외 4건 등 모두 15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현대차는 고객 안전 관련 잠재 리스크를 없애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배터리뿐만 아니라 관리 시스템, 냉각 시스템 등 여러 장치와 시스템이 전기차에 탑재되기 때문에 화재 원인을 단순하게 배터리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 이전 생산차량에 적용된 일반 냉각수를 화재 위험이 적은 전기차 전용 절연 냉각수로 교체해야 한다”며 “배터리 팩 내부에 습기가 유입될 경우 고장 위험이 높아 별도의 배터리 습도 조절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