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임직원 3명 중 1명 출장비 부정 수급
김은혜 “도덕적 해이 심각”…부정채용 등 적발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투기 사태와 관련해 뒷수습에 들어갔지만 잡음은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간 LH 내부에서 자행됐던 각종 비리들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LH의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LH 감사실로부터 제출받은 ‘LH 임직원 출장비 부정수급 자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출장비를 부정 수급한 임직원은 총 2898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 수급자 가운데 근속연수가 10년 미만인 비율은 52.5%(1524명)에 달했다. 이어 △10년 이상~20년 미만 20.3%(590명) △30년 이상 15.1%(439명) △20년 이상~30년 미만 11.9%(343명) 등이 뒤를 이었다.
LH 임직원 3명 중 1명이 ‘가짜 출장 보고서’를 제출해 회삿돈을 챙긴 셈이다. 특히 저연차를 중심으로 일탈 행위가 이뤄진 만큼, 김 의원은 LH의 조직 문화가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연차가 낮은 직원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LH의 조직 문화가 작은 비리에 얼마나 관용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도덕적 해이가 조직 전체로 퍼질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도록 감사 기능의 회복과 점검을 위한 입법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부 강의에 나간 뒤 공금을 횡령하거나 부정 채용을 일삼은 정황도 포착됐다.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취약시기 공직기강점검’에 따르면 LH의 수석연구원 A씨는 지난해 회사에 신고하지 않은 채 외부 강의를 나가 총 417만원 상당의 사례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역본부 단장직을 수행 중이던 B씨는 채용비리에 연루됐다. B씨는 지난 2016년 자신의 처제가 기간제 근로자 채용 시험에 응시하자 소속 센터장에서 채용을 청탁했다. 이 과정에서 관계자들은 이력서 하단에 ‘단장님 처제’라고 기입하는 등 조직적인 부정 채용이 이뤄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LH 투기 의혹의 최초 매입자로 알려진 LH의 직원인 C씨는 LH의 공공분양아파트의 공고가 나오기도 전에 선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부인인 D씨와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의 한 공공아파트를 공동분양받았는데, D씨도 같은 LH 직원이다.
C씨가 해당 아파트를 분양 받았을 때의 가격은 3억92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는 15억원대에 달한다. C씨와 D씨가 해당 아파트가 분양 공고가 뜨기 4개월 전 성남시에 전셋집을 구한 만큼 사전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한편, C씨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LH 직원 중 가장 먼저 투기에 나섰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C씨는 지난 2018년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의 밭을 사들인 바 있다. 이 땅은 C씨와 D씨, 또 다른 LH 직원과 그의 부인이 공동 매입자로 등록돼 있다.
김 의원은 “C씨가 밭을 매입한 시점은 그가 경기지역본부 과천사업단에서 업무를 총괄했던 시기와 겹친다”며 “핵심 업무에 관여하면서 광명시흥지구가 제3기 신도시에 포함될 것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