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특검법 제출해 이달 처리
특검 출범까지 한 달 이상 소요돼
늦장 압수수색 두고도 비판 여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원내대표단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LH 부동산 투기 사태와 관련해 특검 및 국정조사, 국회의원과 청와대 등의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 특별검사제(특검)과 국정조사 추진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다. 국민의힘이 여당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의 특검 도입을 수용하고, 여당도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부동산 투기대응을 위한 특별수사단’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로 격상되고 국세청, 금융위원회 전문 인력이 파견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향후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틀 뒤인 4일 국무총리 직속으로 관계기관 합동조사단(합조단)을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국토교통부와 LH, 경기도개발공사 등 관계공공기관뿐 아니라 3기 신도시가 있는 경기도와 인천시 및 기초지자체 유관부서 업무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거듭 약속했지만 정부 자체 조사는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제수사 권한이 없는 만큼 ‘제 식구 봐주기식’ 축소·소극 수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또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LH 직원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여론의 불신이 가중됐다.
이에 지난 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을 수사할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단(특수단)을 구성했다. 경기남부청에서 수사 중인 ‘LH공사 임직원 투기 의혹’ 사건을 국수본 집중 지휘 사건으로 지정해 수사 전 과정을 국수본에서 총괄 지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경남 진주 LH본사와 경기 과천의 LH과천의왕사업본부, 인천의 LH광명시흥사업본부를 비롯해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원 13명의 자택 등에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정부는 국수본 특수단을 770명 규모의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로 격상, 운영에 들어갔다. 70명 규모였던 국수본 특별단은 대비 규모가 10배로 커진 것이다. 합수본에는 시도경찰청 수사 인력 680명을 비롯해 국세청, 금융위원회 직원도 합류됐다. 정부가 연일 조직을 확대하고 ‘일벌백계’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수사 진행 상황과 그 결과가 국민 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찰이 LH본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투기 의혹 관련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의혹 수사 대상을 넓히곤 있지만, 의혹이 제기된지 일주일 만에야 압수수색에 나서며 늦장 수사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수사 적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강제수사가 늦어지면서 LH 직원들의 증거 인멸할 시간을 벌어 준 셈이 됐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경찰은 지난 5일 시청한 영장을 검찰도 당일 청구했으나 법원으로부터 8일 오후 영장이 발부됐다는 해명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여당이 제안한 특별검사제(특검) 도입을 야당이 받아들이면서 특검 도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곧 특검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LH 사태에 대한 국조 요구서도 제출한다.
국민의힘은 국조 대상으로 LH 투기 파문의 진원지인 경기 시흥·광명을 비롯한 3기 신도시 토지 거래를 국조 대상으로 명시할 계획으로, 이와함께 국회의원을 포함한 청와대 등 고위 공직자와 선출직에 대한 전수조사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여당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고 특검법을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국정조사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특검 출범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향후 특검 운영이 순항할지에 대해선 우려가 나온다. 당초 야당에서 주장했던 바와 같이 문제는 특검을 출범하는 데 최소한 한 달 이상, 길게는 두 달 가까이 걸리는 등 여러 변수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또 특검 파견검사 수사권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종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특검은 파견검사들이 핵심 역할을 했는데 검찰청법 개정으로 수사권이 제한된 검사들이 특검으로 파견왔다 해서 없던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융위, 국토부 출신들이 특검으로 파견왔다 해도 검사로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그렇다면 수사권도 행사할 수 없는 특검 파견 검사 대신 파견 경찰 중심으로 특검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며 “이미 국수본 합동수사본부에 정예 수사관들이 모두 가 있을텐데 특검에는 또 누가 온다는 말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