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몰락 후 반도체 자립 지원책 확대
메모리 기술 추격도 ‘진행형’…“LCD 사례 기억해야”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당시 반도체 수급이 막혀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립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역시 반도체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두 경제 대국의 패권 다툼에 반도체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도 영향권에 들어서며 국내 정세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의지가 국내 주력 산업인 메모리까지 확대돼 위기감이 높아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반도체 기업 ‘매그나반도체’가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과 매각 계약을 최근 채결했다. 매각 대금은 약 14억 달러(약 1조5828억원)에 달한다.
매그나는 SK하이닉스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에서 2004년 10월 분사돼 설립된 기업이다.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이 인수된 후 2011년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뉴욕증시에 상장됐지만 임직원 880여명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사업장 역시 서울·청주·구미에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이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움직임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한다. 국내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분야 인프라 2025년까지 총 10조 위안(약 1700조원)을 투자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제조2025’를 발표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 제재 후 중국 IT기업 화웨이가 몰락하자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자국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집적회로산업 및 소프트웨어산업 발전 지원과 관련한 수입 관세 정책 통지’ 발표를 통해 수입 관세 면제 조치를 도입하는 등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때 약 22조원의 투자금이 투입된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가 청산 수순을 밟으며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매그나반도체’ 매각과 ‘면세 조치’ 등을 고려하면 반도체 굴기의 야욕이 여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책은 일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국내 메모리와의 기술 격자를 줄이기 위한 시도도 관측된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가 128단 3D(차원) 낸드플래시 양산 절차를 밟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기술 장벽이 비교적 낮아 YMT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전략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며 “기술적 장벽이 있지만 LCD 패널처럼 메모리 반도체도 언제 격차가 좁혀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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